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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97) 가슴 설레며 잠자리에 / 장영일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15 조회수835 추천수11 반대(0) 신고
 
 
 
 
 
 
 
    가슴 설레며 잠자리에
 
20대 중반에 수술한 무릎이 40대 초반에 급기야 반란을 일으켰다.
하릇밤 새 열 번도 더 자다 깨다 하는 시간이 반복되면서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다.
 
전문의는 인공관절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억지를 부려 겨우 응급처방 수술만 받고 내려와 휠체어를 타거나 목발을 이용해 다녔다.
미사 때도 높은 의자를 구해다 미사를 드렸다.
큰 공소가 다섯 개나 되는데 보좌신부도 없었던 본당신부 시절이었다.
 
 
의사는 두 달간 수술한 오른다리로 땅을 딛지 말라고 명령하였다.
실수로라도 발을 디디면 안된다고 하여 두 달간 사제관 2층을 오르내리며 그 명령을 지켰다.
 
그때 문득 '내가 성경말씀을 이토록 철저히 지켜본 적이 있었던가?' 하는 질문이 스쳐갔다.
내가 성경말씀보다 내 몸 돌보는데 더 마음이 가있는 믿음직하지 못한 신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방에서 바지를 입고 벗을 때 구부릴 수 없는 다리로 인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였는지, 몇 개 안되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얼마나 세심한 주의와 힘을 쏟았는지...
 
그리고 생각했다.
일상의 평범한 삶에서 내가 감사하고 찬미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잊고 살았음도 깨달았다.
수많은 시간들을 얼마나 내가 습관적으로 살아왔으며 몸에 밴 타성으로 채웠는지도.... !
 
두꺼운 월간지도 하루 안에 아무렇지 않게 읽었는데 어느 날 신문 한 면을 읽기 위해 갖은 용을 쓰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약부터 챙겨야하는 나를 보면서 깨닫지도 못하고 누렸던 것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고 산 것에 대해 반성했다.
 
 
성당마당에서  묵주기도를 드릴 때도 절룩이며 걷다가,
의자에서 쉬다가,
또 일어나 걷곤 했는데
최근에 무릎 아픈 이를 위한 특수신발을 신게 되면서부터는 쉬지 않고 걸을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
 
묵주기도 5단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리게 되었다.
 
'잃어버리기 전에 감사함을 알았다면 하느님께 더 많은 것을 드릴 수 있었을텐데...'
생각하다 아쉬움을 접는다.
 
잃어가면서 비로소 감사할 줄 알게 되는 부족한 나 자신을 보며 내가 아직 가지고 있는 것들을 통해 더욱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생각한다.
 
그중 첫째가 시간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가 내 삶의 신조이다.
늘 주어지는 24시간을 하느님께 잘 봉헌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것을 봉헌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새벽!
성당문을 열고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성무일도를 드린다.
 
그 새벽을 하느님께 바치기 위해 늘 가슴 설레며 잠자리에 든다.
너무 감사한 하느님이기에.....!
 
                                             글 : 대구 효목성당 장영일 신부님
 
               ㅡ 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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