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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해뜨는 마을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16 조회수716 추천수8 반대(0) 신고

 

 

노란 꽃망울이 하나 둘 터지기 시작한 국화밭

국화차를 만드는 식용 국화다.

 

가을의 향기가 그윽한 차가 되기 위해

가을 하늘과 가을 햇살과 가을 서리를

줄기 안에 익히고 꽃속에 뜸들이는 중이다.

 

 

 

 

 

 

키큰 코스모스 밭 뒤로 보라빛 소국 밭이 자리하고 있다.

길쪽에선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키큰 코스모스 뒤에 가려 속상할 때도 있겠지만

함부로 꺾는 이 없어 고스란히 보존되기도 하리라.

 

꽃의 존재이유가 어디 사람에게 보이기 위한 것일까?

그러나 씨를 뿌린 사람은 어쨋든지 미처 그 생각을 못했다.

 

이래서 씨를 뿌릴 때는 결과까지 생각하며 뿌려야한다는,

당연하고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게 한다.

 

씨를 뿌릴 때는 결과까지 생각하고 뿌려라!

입으로 읖조리다가 문득 가슴이 뜨끔해진다.

 

네가 날마다 뿌리는 말의 씨는?

네가 무심코 저지르는 행동의 씨는?

그것들도 결과까지 생각하고 뿌렸니?

 

...........

 

 

 

도처에 가을이 분명하다.

아니, 가을은 벌써 가고 있다.

 

곧 겨울이 올 것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가을이다 

 

가을 속에서는 가을을 맘껏 누리자.

겨울이 오면 겨울을 즐기리라.

봄 여름을 그렇게 지냈던 것처럼.

 

이제 나에게 찾아올 계절은 몇 번 남았을까?

그러니 지금 찾아온 계절의 시간들이

더 깊게 의미를 남길 수 있도록 이 시간에 머물자.

 

 

 

 

낙엽이 하나씩 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도 신록이 푸른 "해뜨는 마을"이다.

 

이름이 예쁜 이 곳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사시는 양로원이다.

그래서 더욱 이 마을의 이름이 좋다.

 

마음 안에 해를 간직하고 산다면,

가을이건 겨울이건, 아침이건, 저녁이건.

장소가 어디이건 상관없이

우린 "해뜨는 마을"에 사는 거니까.

 

 

 

 

 

아기 손같은 앙징맞은 잎파리가 빼곡한 단풍나무 한 그루에

커다란 풍경風磬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바람이 불면 딩그렁딩그렁~~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여름엔 시원스레 보이던 이 풍경이

이젠 차갑고 을씨년스럽게 보인다.

 

가을과 겨울에는

따듯한 느낌의 풍경이 매달렸으면 좋겠다.

훈훈한 해님의 품같은 풍경 말이다.

 

아니, 그보다 매서운 바람이 불 때마다

따듯한 소식이 음악처럼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풍경이 달렸으면 좋겠다.

 

한 겨울, 그 연주를 들으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

 

노인들을 돌보는 수녀님들의 인경人磬에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따듯한 합주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해지기 직전" 식사 시간을 기다리며 잠시 뜰을 거니는 시간.

이 곳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그분들을 돌보는 수녀님들이 

늘 밝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진짜 "해뜨는 마을"이 되길 기도했다.

 

 

2007. 10. 11. "해뜨는 마을"의 뜰을 걸으며..

 

 

 

 

 

 

 Late night seren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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