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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의 묵상] 거꾸로 보기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17 조회수688 추천수11 반대(0) 신고


 

 

거꾸로 보기

-손희송 신부-


 

거꾸로 본 경치

오래 전에 읽었던

법정 스님의 수필집에 실려 있는

이야기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스님은 어느 여름 날,

자신이 거처하는 암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후...

마루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비스듬히 주위 경치를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평소에 눈에 익고

친숙하게 보이던 산 경치가

색다르게 눈에 들어왔다.


 

스님은 벌떡 일어나

마루에서 마당으로 내려와 서서

허리를 굽혀 가랑이 사이로

다시 그 경치를 내다보았다.


 

눈앞에는 전혀 새로움이 펼쳐졌다.

하늘은 푸른 호수가 되고

산은 그 속에 잠긴 그림자가 되었다.


 

스님은 이 발견이 너무나도 신기해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소개를 했다.


 

먼저 스님이 숙달된 조교처럼

시범을 보이면 그들도 따라 하면서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는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가르침이 담겨 있다.

고정된 시각을 바꾸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는 가르침!

사람은 각자의 고유한 시각으로,

비유로 말하자면

서로 다른 도수와

색깔의‘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보게 된다.


 

각자의 고유한 시각에서

독특한 개성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편견과 고정 관념이 생겨서

거기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편향된 시각과 제한된 소견으로

세상과 인간을 보게 되면,

마음에 안 들고 미운 것이

많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는 비난과 다툼의 원인이 된다.


 

마음속에 미움과 증오가 쌓여

견디기 어려울수록

과감히 눈을 돌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은 익숙하고

당연한 것에 머물기를 좋아해서

거기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익숙한 것에서의‘탈출’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계를 선사해준다.


 

신문과 방송에서 접하는 소식은

우리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고

마음을 갑갑하게 만드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사를

한 번 거꾸로 보는 시각

전환을 해 보면 좋겠다.

그러면 의외로 답답한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통할 것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사람이

쓴‘항상 감사하기’라는

제목의 글은

짜증스러운 일상사도 뒤집어 보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가르쳐 준다.


 

................................


 

 

10대의 자녀가 반항을 하면

그건 아이가 거리에서 방황하지 않고

집에 잘 있다는 것이고


 

지불해야 할 세금이 있다면

그건 나에게 직장이 있다는 것이고


 

집들이 하고 나서 치워야 할 게 너무 많으면

그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고


 

옷이 몸에 좀 낀다면

그건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것이고


 

정부에 대한 불평불만의 소리가 많이 들리면

그건 언론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주차장 맨 끝 먼 곳에 겨우 자리 하나 있다면

그건 내가 걸을 수 있는 데다 차도 있다는 것이고


 

난방비가 너무 많이 나왔으면

그건 내가 따뜻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고


 

교회에서 뒷자리 자매님의 엉터리 성가가

 귀에 거슬린다면

그건 내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른 새벽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깼다면

그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는 이유는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고


 

할 일 안하고 지금 내가 놀고 있는 이유는

나에게 아직 여유가 있다는 뜻이고...


 

신약성서에 보면 예수님은

당신 말씀을 듣는 이들에게

회개하라고 누누이 강조하신다.


 

회개란 잘못된 삶에서 돌아서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새로운 삶에로 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래 그리스어로 쓰인 신약 성경에서

회개에 해당하는 그리스어 단어

‘메타노이아’(metanoia)는


 

어원적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

'달리 생각하는 것’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새로운 삶이 생각을 바꿈으로써

시작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하겠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숨통이 막힌 듯 답답할 때마다

생각을 바꾸어 세상을 다르게 보는

훈련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미처 예상치 못했던 것이 보이면서

긍정적인 시각을 얻을 수 있다.  


 

긍정적인 시각은 한 자락의 여유를 선사하여

꽉 막힌 숨통을 트이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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