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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22일 야곱의 우물- 루카 12, 13-21 묵상/ 월급 없이 사는 꿈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22 조회수531 추천수5 반대(0) 신고

월급 없이 사는 꿈

그때에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 그리고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루카 12,13-­21)
 
노미화(양양 조산초등학교)
◆돈 좀 안 벌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그냥 날 밝으면 밭에 가서 일하다 와서 아침밥 지어먹고, 또 밭에 나가 일하고, 산에 올라가 버섯도 따고 산나물도 캐고 열매도 따고, 그걸로 여러 가지 저장 음식도 만들어 가면서 겨울을 맞이하고, 겨우내 눈 덮인 마을 조용한 집안에서 난롯가에 앉아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면 무얼 더 바랄까?
 
아침부터 정신없이 밥 차려 먹고 치우고 차를 타고 나갔다가 저녁이면 지친 몸으로 돌아와 저녁밥 대충 먹고 치우고 밤을 맞이하는 수십 년 내 일상이 요즘엔 정말 징하게 느껴진다.

 
초임 시절에 만난 그이가 ‘서울은 소돔과 고모라예요. 난 서울에서 절대 못살아요.’ 했던 말이 어린 맘에 오랫동안 남았다. 결혼 후 우린 인천에 살림을 차렸고 10년 동안 나는 서울로 출근을 했다. 전철 타고 버스 타고 밤중에 총알택시도 타고`…. 만삭의 몸으로 육교를 오르내리고 만원 전철에 시달리면서 참 열심히 다녔다. 그러면서 우리는 열심히 전교조운동을 하면서 끝까지 참교사의 길을 걸으리라는 굳은 신념을 가졌다.
 
남편이 갑자기 병이 나는 바람에 작년 봄 양양 산골로 와서 아침마다 출렁이는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출근을 하고 있다. 한데 나는 이 아름다운 출근도, 순진무구한 아이들 눈망울도, 소나무 아래 숲속 교실도 다 버리고 그냥 마당에서 밭으로 산으로 논으로 풀들과 이야기하면서 살고만 싶다.
 
그런데 나이 오십에 들어서 비로소 갖게 된 이 꿈을 아직도 이루지 못하는 건 교육에 대한 열정보다는 꼬박꼬박 받는 월급 때문이다. 노부모에, 두 대학생에, 늦둥이 유치원생까지 세 집 살림을 하다 보니 직업을 버린다는 것, 아니 월급을 버린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나를 따르라.” 그 한마디에 두말없이 모든 것을 버린 베드로의 행동을 당연하다고 여기면서 나는 왜 아무것도 버리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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