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미화(양양 조산초등학교)
◆초등학교 교사도 오래하면 쉬워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나름대로 고정된 틀이 있어 거기에 맞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 수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초임 때처럼 아이들 앞에서 떨지는 않지만 오히려 뻔뻔해진 것 같아 이것도 별로 좋은 일 같지 않다.
나는 하루 종일 교실에만 앉아서 수업하는 것이 힘들다. 그런 날이 이삼 일 지속되면 견딜 수 없다. 머리가 아프고 답답해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게 된다. 학교 뒷산에 올라가 새로 돋아난 풀이며 꽃을 발견한 아이들이 소리칠 때 비로소 살맛이 난다. 즐겁게 노래하고 땀 나도록 뛰고 난 뒤 수돗가에 몰려가 세수하고 교실로 돌아오면 비로소 가슴이 시원해지고, 아이들도 나도 얼굴에 생기가 돈다.
그런데 우리 반이 늘 소란하고 시끄럽게 보이는 모양이다. 여섯 학급 작은 학교에 아이들도 열댓 명 적은 숫자이니 그 아이들이 뛰고 떠들어 봐야 얼마나 대단하겠나. 그런데도 이것이 윗분들 보기엔 영 거슬리는 모양이다. 올해도 몇 번이나 교장실에 불려갔다. 그때마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불끈 솟곤 한다. 학급 담임 중에 나이도 제일 많은데 아이들이 떠든다고 불려 다니니 참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아이들 앞에 섰을 때다. 이런 날은 모든 일이 힘들게 느껴진다. 언제까지 더 교단에 서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지막 수업까지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는 것이야말로 깨어 있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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