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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행선의 공간 사랑" - 2007.10.24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24 조회수601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10.24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로마6,12-18 루카12,39-48

                                                    
 
 
"평행선의 공간 사랑"


아침 성무일도 독서 시
에스델서 4장 후반부의 다음 에스델 왕후의 다음 기도 대목에 공감했습니다.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신 주여, 당신의 여종인 나는,
  이 자리에 올라서부터 오늘날까지 당신하고가 아니면,
  기쁜 날이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믿음의 깊은 진실을 보여줍니다.
 
참으로 주님을 믿는 ‘주님의 종들’에게
주님을 떠나선 살 재미도, 참 기쁨도 없다는 사실은 체험적 진리입니다.

다음 시편 구절도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주님은 내 등불을 밝혀주시고, 내 어둠을 비추시나이다.”

주님께서 내 등불을 밝혀주시고 내 어둠을 비춰주셔야 올바른 분별입니다.
제자리의 중심에서 깨어 제정신으로
내 주어진 일을 제대로 충실히 해 낼 수 있습니다.
서로간의 공간도 존중하고 보호해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
주님의 재림을 예상하여
교회지도자들에게 그 직분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 비유이지만,
저는 평행선의 공간 사랑에 대해 묵상했습니다.
 
숲의 나무들의 비유가, 평행선의 철로의 비유가 적절합니다.
 
숲의 제자리에 뿌리내리고 하늘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
서로 평행을 이루고 있지 않습니까?
각 나무들이 제자리에 뿌리내리고 있되
모두들 하늘을 향하고 있어 평행의 공간이 형성됩니다.
 
이래서 함께 해도 고독한 혼자입니다.
 
‘제자리를 지켜내는,
  평행의 거리를 견뎌내는 고독의 능력이 사랑이다.’ 란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평행의 철로이기에
무사히 부산까지 기차가 도착할 수 있듯이
서로간의 좋은 관계를 위해 평행의 공간은 필수라는 것입니다.
 
평행선의 공간 사랑 원리는 부부관계, 친구관계, 형제관계....등
모든 인간관계에 예외 없이 적용됩니다.

서로의 평행 공간을 존중하고 보호해 주는 게 사랑입니다.

생명의 공간입니다.
공간 없이는 자유도, 사랑도 없습니다.
 
함께 해도 각자 하느님을 만나는 고유의 내외적 공간은 필수입니다.
 
얼마 전 강의 차 거의 20년 만에 모교를 방문했습니다.
숱하게 들어선 건물들,
참으로 눈부신 외적 발전으로 옛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무한 경쟁의 신자본주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치열히 고투했는지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거의 외적 변화 없는 저희 수도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순간 깨달음처럼 스친 생각입니다.

“아, 여기에는 공간이 없다.
  생명의 공간이, 인정과 낭만의 공간이, 여유와 넉넉함의 공간이 없다.
  너무 삭막하고 답답하다.
  반면 우리 수도원은
  얼마나 넉넉하고 자유로운 자연 공간에 내적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가?
  중요한 것은 외적성장 보다는 내적성장이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적으로 발전하면 할수록 생명과 사랑, 자유의 공간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살기위해 내외적 공간의 확보와 서로간의 공간 존중과 보호는 필수입니다.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들,
이런 서로간의 평행의 공간을, 제자리의 공간을 존중하고 보호합니다.
 
내외적 공간을 불필요한 쓰레기로 채우지 않습니다.
 
공간을 넓히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공간 안을 끊임없이 비워내어 공간을 넓혀갑니다.
외적 공간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겸손으로 작아져 무(無)가 되어 조용히 살아갈 때
저절로 내외적 넓은 공간이 확보 됩니다.
 
작은 나라, 작은 땅에서 자유로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이뿐이 없습니다.
 
사실 탐욕 가득한 내외적 공간을 지닌 이가 부자가 아니라,
생명과 사랑, 자유 가득한 내외적 공간을 지닌 이가 진정 부자입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언제나 제자리의 공간에서 깨어
충실하고 슬기롭게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축복선언입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제자리의 공간에서,
깨어 제정신으로,
맡겨진 일을 제대로 충실히 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행복한 주님의 종이라 말씀 하십니다.
 
바로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정주서원이 목표 하는 바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의 지체를 불의의 도구로 넘기지 말고,
자기 지체를 의로움의 도구로 하느님께 바치라 하십니다.
 
죽음으로 이끄는 죄의 종이 되지 말고
의로움으로 이끄는 순종의 종이 되라 하십니다.
 
서로의 내외적 공간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게 사랑입니다.
 
자기 지체를 의로움의 도구로 하느님께 바친 순종의 종들,
서로간의 내외적 공간을 존중하고 보호해 줍니다.
 
진정 평행의 공간 사랑의 존중과 보호에 충실한 이들 위에
죄는 군림할 수는 없으니 이들은 은총 안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세례성사와 매일의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죄에서 해방되어
의로움의 종이 되었습니다.
 
하여 우리 모두들 서로간의 평행의 공간을 존중하고 보호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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