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399) 악마가 찾는 사람 / 하청호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29 조회수890 추천수9 반대(0) 신고
 
 
 
 
 
 
 
 
      악마가 찾는 사람
 
악마는 먼저 어리석은 이를 찾아 활동하지만 그 안에 겸손이 있으면
'안되겠다!' 며 물러나고 만다.
 
반면 똑똑하고 빈틈없는 영혼을 만나면 멀리하다가도 그 안에 겸손이 없으면
좋아라하며 들어간다.
교회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이처럼 겸손은 악마가 범접할 수 없는 자세로, 나의 모든 것은 하느님의 것이라며
전능하신 하느님의 은총 앞에 마음의 문을 열어두는 겸허한 태도다.
 
 
 
오늘 바리사이는 선행을 자랑하지만 세리는 죄인임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청하고 있다. 그런데 "선한 일을 하고도 교만한 것보다, 나쁜 짓을 했더라도 겸손한 것을 하느님께서는 더 기뻐하신다." 고 아오스딩 성인은 감히 단언한다.
 
군을 제대하고 중국 조선족교회에 머물렀다.
그곳엔 열심한 교우들이 많았고, 옛 회장님이 수십, 수백 리 길을 걸어서 일으킨 수십 곳의 공소가 있었다.
비록 가난했지만 한족과 달리 조선족들은 근면한 모습이었고, 마을 주위도 깨끗했다.
 
그들의 처지가 되어 옛 화장실도 마다치않고, 마중믈을 부어 펌프질을 해야 물이 솟는 재래식 펌프물도 달게 마셨다. 벌건 녹물을 몇 차례 마시니 금방 배탈이 나서 며칠을 웅크려야 했다.
 
어느 문 닫은 공소를 방문해서는 "다시 공소를 열어야지요." 했더니 시작부터 끝까지
"한국 선생! 부디 '빵주(도움)' 좀 많이 해 주시오!" 하고 딴 얘기만 하며 60도짜리 중국 빼주를 연거푸 권하는 술꾼 신자도 있었다.
전교 초기에는 경제적 원조에 치우쳤기에 마음이 아직도 잿밥에 가있는 것이다.
 
어떤 나이 든 형제님은 부인을 먼저 보내고 자식들도 돈벌이 떠나고 본인은 뇌수술만 두 번 한 중환자인데, 내게 "하느님이 어디 있냐!" 며 두 시간이 넘도록 한풀이 속풀이를 하였다.
 
멋적게 방바닥만 쳐다보다 십자가와 성모상의 수북이 쌓인 먼지만 털어주고 나왔다.
 
짧은 전교여행에서 돌아오니 뱃속도 아리고 맘도 아렸다.
 
빵만 달라고 보채는 젊은 형제,
의인의 고통에 절규하는 나이 든 형제,
단순한 열성만 가득한 자매,
답이 없이 사는 내 모습까지.....
휴!! 하느님은 이 모든 기도를 어떻게 보실까..... .
 
기도할 때 진실 없이 미사여구를 사용하거나 하느님께 강의하려는 모습은 단순히
'무엇을 잘못했다!' 가 아니라 하느님과 떨어져 있는 상태, 이것이 죄의 뿌리다.
 
 
자신의 선함에 빠져 하느님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는 죄 중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잘한 바리사이는 죄인이 되었고, 잘못한 세리는 의인이 될 수 있었다.
 
'보이기 위한 기도',
'체념의 기도',
'떼쓰는 기도' .......
 
이런 기도라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주시는 하느님 앞에 얼마나 교만한가!
 
그런 기도를 놓는 데서 겸손한 기도는 시작된다.
 
 
                                                   글 : 하청호(대전 가톨릭대학교 영성관 보좌신부)
 
                       ㅡ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 ㅡ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