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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월 30일 야곱의 우물- 루카 13. 18-21 묵상/ 겨자씨의 행복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10-30 조회수550 추천수5 반대(0) 신고

겨자씨의 행복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느님의 나라는 무엇과 같을까? 그것을 무엇에 비길까?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어떤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가 자기 정원에 심었다. 그랬더니 자라서 나무가 되어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다.”
 
예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하느님의 나라를 무엇에 비길까? 그것은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
(루카 13,18-­21)
 
노미화(양양 조산초등학교)
◆하느님 나라를 겨자씨와 누룩에 비유한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권정생 선생님이 쓴 동화 「강아지똥」을 떠올렸다. 이 세상에 아무 쓸모 없이 생겨났다고 슬퍼하던 강아지똥은 샛노랗게 피어난 민들레를 만나 자기 존재의 필요성을 알고 기뻐한다. 어느 비 오는 날, 마침내 민들레의 뿌리 속에 스며들어간 강아지똥은 너무나 행복하다.
 
겨자씨는 씨앗 중에도 가장 작다고 한다. 그 작은 씨앗 하나가 제 몸을 썩히고 싹을 틔워 그 몸으로는 작아서 생각도 못할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 새들의 보금자리를 이룬다. 그래서 겨자씨는 행복하다. 누룩도 그렇다. 제 몸을 썩여 냄새나는 곰팡이를 피워 마침내 맛난 빵을 만들고 술을 담그고 된장을 담글 수 있다.
 
겨자씨의 행복을 맛본 사람은 누굴까? 내가 만난 공부방 선생님들이 그랬다. 인천의 만석동, 송림동 산동네 판자촌에서 살면서 온몸으로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던 이들. 나는 전교조 해직교사로 그들과 함께 지내는 특권(?)을 누린 적이 있다. 판잣집 좁은 방에 순대 한 접시, 동태찌개 한 냄비만 놓고도 얼마나 웃음과 기쁨이 넘쳐났던가. 정부의 도시개발로 그 동네가 없어질 때까지 우유 배달과 신문 배달을 하며 근근이 살면서도 아이들과 함박웃음을 나누던 그들이야말로 겨자씨와 누룩 같은 사람들이었다.
 
대학 시절 잠시 동안 예수의 작은 자매회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청치마에 머릿수건, 샌들 하나가 그들이 가진 전부였다. 하루 종일 파출부로, 공장 보조로 일하고 돌아온 수녀님들은 수제비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행복해했다. 밤이 되면 손을 잡고 둥글게 서서 찬송을 드린 후 잠자리에 들었다. 천사가 따로 있나! 가진 게 없어도 하느님이 주시는 기쁨으로 행복한 이들, 여기가 바로 하늘나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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