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당신의 이성과 당신의 눈으로!
작성자황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01 조회수653 추천수13 반대(0) 신고




『동경』中 에서
베네딕토회 안셀름 그륀(Anselm Grun)신부님


합일에 대한 동경은 단순함으로 표현된다. 인생은 너무나 복잡해져 버렸다. 우리는 단순한 인생을 동경한다. 이것은 낭만주의자들만의 주장은 아니다. 삶을 단순화하는 것, 그것은 목표가 되었다.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목사는 '보다 단순하게 살기'라는 관념에 '보다 행복하게 살기'라는 이상을 결합시켰다. 그의 책 『단순하게 살아라(Simplify your life)』는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그는 독자들에게 삶을 단순화하라고, 즉 복잡한 관계를 정리하고 집안의 잡동사니를 치우고 행동을 천천히 하며 단순함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라고 충고한다. 정말로 환영할 만하다. 짐을 다 던져 버리고 인생의 본질만을 찾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사람들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함에 대한 근본적인 동경은 위험한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우리 시대의 의문은 다양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순한 해답을 찾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질문에 단순한 대답을 해 주고 세상사를 몇 가지 기본적인 사유로 설명하는 종교지도자를 찾아다닌다.


이러한 단순함에 대한 동경은 소위 교양인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까지 유혹한다. 그들이 오성을 배반하고 더 나아가 기본 원칙까지 팔아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제 3제국(나지) 시절에는 민중적 세계관이 많은 지식인들을 히틀러의 손아귀에 밀어 넣었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역시 단순한 세계 인식 유형이 되어 지식인들을 매료했다. 오늘날 단순한 세계관에 대한 동경은 많은 사람들을 사이비 종교 단체에 빠져들게 한다.


그 구조는 언제나 동일하다. 자신의 생각을 포기한다. 책임을 다른 심급 기관에 떠넘긴다. 자기 포기에서 자유를 찾는다.


우리 안에는 자유롭게 생각하려는 원초적인 동경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이 자유를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자유를 포기하고 단순함을 동경한다. 하지만 단순한 답변은 생각을 편협하게 만들고 자유를 약탈해 갈 뿐이다.


나는 최근에 사이비 그리스도교에 몸 담았던 한 젊은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과 잘 지낼 수 없었던 어머니가 그를 나에게 보낸 것이다. 몇 가지 성경 구절에 대해 토론을 벌인 뒤, 그는 이미 알고 있던 해석으로 나를 설득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신학자인 내가 성경에 있어서 그 젊은이보다 훨씬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당연했다. 단순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던 그에게 내가 말했다.

 

    "자네 마음 가는 대로 생각해 보게.
    그것은 자네에게 주어진 휼륭한 권리일세.
    나는 자네를 개종시키고 싶지 않네.
    그러나 한 가지만은 용납할 수 없네.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인간에게는 크나큰 해악이라네.
    그리고 그것은 틀림없이 예수님의 정신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네.
    예수님은 쉽게 남의 생각을 모방하지 않았고,
    당신의 이성과 당신의 눈으로 보셨다네."


생각을 게을리하는 것은 성령이 주신 재능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칼 라너는 말한 바 있다. 명쾌한 설명과 단순한 해결을 동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한 해결을 동경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복잡한 현실을 생각하는 것이 힘들어서 생각을 포기해 버리기 때문이다.


생각을 포기하면 자유도 함께 포기하는 것이 된다. 생각을 멈추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나 세상과도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그는 교체와 조작이 가능한 로봇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동경』분도 출판사, 안셀름 그륀 신부님 著, 이온화 옮김

독일 베네딕토회 안셀름 그륀 신부님께서 전진상 교육관 설립 50주년 기념행사로, 내일과 모레(11월 2일 금요일과 3일 토요일) 이틀간 명동성당 코스트홀 대강연장에서 특별 영성 강연을 하신다고 합니다. 수강료는 유료이고, 저도 신부님 글 애독자이지만 지방에 있어 참석할 수 없음이 안타깝네요. 주님과 동행하시는 은총 충만한 11월 위령 성월 되십시오.*^^* 샬롬!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