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우선 아니라고 하지말자 / 이인주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01 조회수906 추천수13 반대(0) 신고
  
                                           < 노르웨이의 절벽 / 다음 뉴스 포토 싸이트에서>
 
 
하느님의 마음으로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이야기를 한번 안 들어 본 사람이 없듯이, 자신 또한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살기를 원하지 않은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아마도 천주교 신자라면 이런 현장을 목격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100% 봉사는 하지 못했을 지라도 그 정신을 가지고 길에서 곤란을 당한 사람을 도왔으리라 믿는다.
 
만일 평생에 불우한 이웃을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면 그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라 불우한 이웃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일 것이다.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고 이웃에게 다가간다면 분명히 어려운 이웃이 있을 것이다.
 
물론 예수님께서 비유로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극중의 극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런 차원은 아닐지라도 우리 주위엔 많은 어려운 이웃이 있을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도하면서, 무엇이 어려운 것이며, 어루 만져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 가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읽고 묵상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율법학자들이 얼마나 빤질거리면서 예수님을 시험해 왔는가를 알 수 있다. 오죽하면 예수님께서 한방에 그들의 입을 막아 버리셨을까?
 
웬만하면 덜 강한 비유를 들 수도 있으셨을 텐데, 그렇게 강한 비유로 입을 막게 하시는 걸 보면 예수님의 심정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감히 짐작할 수 있다. 가끔 신자들 중에도 사제를 은근히 떠보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로 몰라서 묻는 다든지 실행하기가 어려워 질문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대변하거나 대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아닌 걸 보면 그 검은 속을 어떻게 고쳐줄까 하고 진지함 반 장난기 반으로 딴지 거는 경우도 있다.
 
눈치가 빠른 신자 같으면 대번에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만 그렇지 못한 신자가 있을 땐 어쩔 수 없이 그를 보호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그 사람의 밥그릇이 그 정도이니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도 그 사람이 순수한 사람이니 그 밥그릇에 맞춰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서강 언덕에 산책을 하고 있는 한 햇병아리 사제가 있었다. 30대 말의 말쑥한 여인이 상담을 하고자 청을 해 오는 터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냥 길가에서 그것도 서로 알지도 못하는 터인데, 그래 혼자 생각에 예, 하기는 했으나 곧 미사를 드리러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아닌가?
 
‘지금은 대단히 죄송합니다. 했더니, 아닙니다.’ 하며, 내일 이 시간에 꼭 찾아온다는 것이다. 하도 이상야릇한 느낌이라 선배 신부님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대뜸 하는 말.‘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데, 뭐 말쑥한 30대 말 여자’라고 했더니, 대뜸 만나지 말라는 것이다. 큰일 난다는 것이다.
 
글쎄 뭐가 뭔지 몰라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뭐 정신적으로 힘든 자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욱더 그 자매를 도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날은 선배님들의 이야기만 들었다. 그 다음날 만나지 말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영발이 아직 충천한 김에 그 자매를 만났다.
 
역시 선배님들 말씀대로 참으로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긴 했어도, 예수성심이 마음속에 보존되어 있는 그런 하느님을 믿는 자매였다. 그러나 다들 그 자매가 이상하다는 말은 잘 했어도 그 자매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그 자매를 정신과까지 안내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 만났다. 그날 그 자매는 많이 울었다. 그리고 자신이 나름대로 불안정하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신부님이 있어 고맙다고 하면서 돌아갔다. 그리고는 사실 다시 만나보지는 못했다. 그 이후로 더 이상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 그냥 그 자매를 향해 기도 할뿐이다.
 

하늘 아래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다 귀하다. 그러기에 싸울 때 싸웠더라도 자신을 거짓되게 하지 말고 올바로 하느님 앞에 두고 세상을 보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도움 받을 때가 있는가 하면 또 한편으론 반드시 나를 떼 내어 줘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 때를 올바로 분별해서 할 수 있는 사람이 지금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온전히 하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될 수 있기를 서로 기도하자.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