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신부(독일 프랑크푸르트 교포사목
◆해변의 모래를 훑어내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와 우리를 녹초로 만드는 온갖 어려움에 시달리다 보면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불교식 설명에 수긍하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런 걱정거리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우리 마음 안에는 커다란 ‘걱정 보따리’가 하나씩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몸이 이상한 것 같아 병원에 갔다가 암 선고를 받은 사람은 그날부터 병 고치는 것만 생각하고 다른 것은 다 잊게 된다.
그러다 병이 나으면 이제 더 이상 문제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몇 달만 지나면 여전히 사소한 문제가 ‘걱정 보따리’를 가득 채워 마음을 심란하게 만든다. 심심해서라도 걱정거리를 만들어 걱정에 매달리는 격이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모든 이에게 안식을 주시겠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어렵게 일상을 꾸려가는 이들에게 큰 힘이 된다. 하지만 뒤따르는 말씀이 좀 이상하다.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야 편안해질 텐데 예수님은 오히려 멍에를 메라고 하신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의 방식이다.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남김없이 해결하고 나서 그 끝에 안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예수께서 주시는 짐으로 걱정 보따리를 가득 채워 다른 것들이 끼어들 여지를 없애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짐꾼이 됨으로써 세상의 노예가 되는 일에서 자유로워지라는 것이다.
불러주심에 감사하고, 아직 힘이 있어서 응답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주님의 뜻을 따라 그분이 하라시는 대로 하는 것이 참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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