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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10 조회수903 추천수10 반대(0) 신고
 
2007년 11월 10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You cannot serve God and mammon.
(Lk.16.13)
 
제1독서 로마서 16,3-9.16.22-27
복음 루카 16,9ㄴ-15
 
 
오늘의 독서와 복음 듣기
 





어떤 한 어촌에 가난한 어부가 살았습니다. 그의 아버지 역시 어부였는데 어느 날 파도에 배가 뒤집혀 바다에서 유명을 달리하셨지요. 이 가난한 어부는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아버지의 고깃배를 수리해서 바다에 나갈 채비를 하였지요. 이 말을 전해들은 친구가 그를 찾아와 말합니다.

“이보게, 자네 아버지가 바다에서 변을 당하셨는데 무섭지 않나?” “무섭긴! 어부가 바다를 두려워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럼 자네 조부께서는 어떤 일을 하셨나?” “역시 어부셨지. 그분도 바다에 나가셨다가 풍랑을 만나 그대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셨네.”

그러자 친구는 놀랍다는 듯이 재차 물었습니다. “그럼 증조부는?” “증조부께서도 진주를 캐려고 잠수했다가 바다에서 돌아가셨지.”

친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가족 모두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어떻게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친구의 말에 이 어부가 되물었습니다. “자네도 부친상을 당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돌아가셨나?” “집에서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네. 워낙 고령이셨거든.”

“그럼 조부께서는?” “그분 역시 노환으로 고생하시다가 집에서 돌아가셨지.”

“증조부께서는?” “지병으로 오랫동안 누워 계시다가 집에서 돌아가셨네.”

친구의 말을 들은 어부가 말합니다. “모두들 집에서 돌아가셨는데 자넨 집이 무섭지도 않나?”

어쩌면 바다나 집이나 모두 두려워할 수 있는 곳이지요.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가가 아닐까요? 세속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는 세상이 바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인 것입니다.

어제는 머리도 식힐 겸해서 이발하러 외출을 했습니다. 그런데 거리에 떨어진 낙엽들이 참으로 많더군요. 그리고 이 낙엽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언젠가 우리들도 이 낙엽처럼 모든 것을 훌훌 벗어버리고 떠나갈 것을 왜 이렇게도 아등바등 살아갈까? 사람을 미워하고, 세상을 미워하고, 또 어떤 때는 주님까지도 원망하게 되는 우리들의 모습들……. 그런 미움, 갈등과 다툼 속에서 성취한 권력, 명예, 부, 가족, 만남…….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 세상에 남겨 놓고 결국 빈손으로 주님께 가게 될 것을…….

결국 중요한 것은 세속의 판단 가운데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서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 이것야말로 가장 중요하며 우리들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가장 중요하기에, 예수님께서도 힘주어 말씀하시지요. 능력이 안 되면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서(자선을 베풀라는 의미), 먼 훗날 하느님 앞에 나설 때, 자기를 변호하게 만들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는 말씀을 오늘 아침 가슴에 새겨 봅니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파견하신 주님을 따르고 있는지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혹시 세속적인 판단만을 내세워서 정작 지금 내가 해야 할 것들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세속적인 판단이 아닌, 주님의 뜻을 따르도록 합시다.



 

잣은 높은 산에 있다네(‘좋은 생각’ 중에서)
 
조선 중종 때의 선비 정붕은 권문세가인 유자광과 외가 쪽으로 가까운 친척이었다. 하지만 대쪽같이 곧은 성품을 가진 정붕은 유자광이 워낙 간사하고 탐욕스러운 인물이라 멀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척 간에 가까이 살면서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정붕은 간혹 하인을 시켜 유자광의 집에 문안 인사를 드렸는데, 꼭 하인의 팔을 삼 껍질로 만든 끈으로 꽁꽁 묶어 보냈다. 그렇게 한 덕분에 하인은 팔이 아파 유자광의 집에서 수다를 떨 겨를도 없이 곧장 집으로 돌아왔고, 집안에서 한 말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지혜로움을 소문으로 익히 들었던 중종은 정붕을 가까이 두려 했다. 하지만 정붕은 연거푸 높은 자리를 마다하고 마지못해 한가한 직위인 청송부사로 내려갔다. 정붕이 고을을 잘 다스리던 어느 날 평소 절친하게 지냈던 좌의정 성희안이 그에게 편지를 보냈다.

“청송의 토산물인 잣과 꿀을 보내 줄 수 있겠나?”

편지를 읽자마자 정붕은 이런 답장을 써 보냈다.

“잣은 높은 산꼭대기에 있고, 꿀은 백성의 집 벌통 속에 있는데 제가 무슨 재주로 그것을 구해 드리겠습니까?”

정붕의 편지를 읽은 성희안은 뒤늦게 염치없는 자신을 탓하며 잘못을 사죄하는 글을 보냈다. 하지만 정붕은 성희안을 편지를 받은 그날 부사 직무를 내놓고 곧장 시골로 내려가 더는 성희안이 그런 부탁을 할 수 없게 했다.
 
 
 
 
I tell you, make friends for yourselves

with dishonest wealth,
so that when it fails,

you will be welcomed into eternal dwellings.
(Lk.16.9)

 
박종훈 - La Sedugione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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