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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13일 야곱의 우물- 루카 17, 7-10 묵상/ 세상에 온 목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13 조회수725 추천수11 반대(0) 신고

세상에 온 목적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루카 17,7-­10)
 
이인옥(수원교구 기산 천주교회)
◆오늘 복음에 나오는 종처럼, 종일 밭일을 하고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저녁 식사를 마련하고는, 밥상머리에서 온갖 시중을 들고 나서야 남은 것을 먹던 분들이 있었다. 자신보다는 식구들을 위해 종처럼 머슴처럼 일하던 옛날 부모님들이 바로 그런 분들이다.
 
어쩌다 맛난 것이 생기면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감추어 두시고, 어쩌다 좋은 것이 생기면 자식들에게 주려고 고이고이 아껴두셨던 분들. 그렇게 키운 자식이 잘 되면 자신은 정작 해준 것이 없다고 부끄러워하던 어머니들. 누가 물으면 의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던 아버지들. 그분들은 종처럼 일하면서도 기껍게 정성을 다하셨다. 자신들이 이 세상에 온 목적이 바로 그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식들을 사랑하는 방법이 오직 그것뿐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옛날보다 훨씬 잘살게 된 지금, 종처럼 사는 부모는 거의 없다. 요즘 부모는 자녀들을 위해서도 살지만, 자신의 권리도 당당히 찾고 자기의 몫도 알아서 챙긴다. 부모로서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맞갖은 보상을 요구하게 되었다. 어느새 우리는 꼿꼿하고 당당한 사람들이 되었다.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자세가 종종 하느님 앞에서도 나올 때가 있다. 봉사한 만큼 축복을 받아야 하고 계명을 지킨 만큼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우리 안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하지만 이것만은 잊지 말자. 자녀를 위해 행하는 헌신에 의해 부모도 부모다워지듯이,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일로 인해 신앙인도 신앙인다워진다는 것을. 우리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이 바로 그런 신앙인, 아니 ‘참인간’이 되는 것이거늘, 그 일을 열심히 했다고 해서 무슨 권리를 따로 주장할 것인가? 하느님을 사랑하는 방법이 이웃을 사랑하는 일밖에 없다고 하거늘, 많이 베풀었다고 해서 누구에게 달리 보상을 받을 것인가? 그저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할 뿐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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