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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충복(忠僕)" - 2007.11.13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13 조회수498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11.13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지혜2,23-3,9 루카17,7-10

                                                      
 
 
 
"하느님의 충복(忠僕)"
 


사랑하면 저절로 종이 되기 마련입니다.

부모는 자식의 종이라는 말도 생각이 납니다.

여기 수도자들이
성전에 기도하러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제대(祭臺) 앞에서
두 무릎과 두 손, 이마를 마룻바닥에 대고 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의 큰 절은
하느님의 충실한 종인 충복으로 살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하느님의 종이 되어 사는 여기 수도자들입니다.

저는 요즘 수도원의 작고 볼 품 없으나 충성스러운 개를 보며 많이 배웁니다.
 
저렇게 주님을 따르고 섬겨야 하지 않겠나 하는 깨달음입니다.
 
하여 충견(忠犬)이란 말도 생겼나 봅니다.
불경스런(?) 표현이라 주저됩니다만,
하느님의 집인 수도원을 지키는 아홉 명의 여기 수도자들이
문득 아홉의 ‘하느님의 충견(忠犬)’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어 떠오르는 말이 충복(忠僕), 충신(忠信)입니다.
 
그러고 보니 ‘충(忠)’이란 덕목이 사라져가는 오늘의 현실 같습니다.
가운데(中)의 중심인 하느님께 마음(心)을 둔다하여 충(忠)입니다.
 
우리 베네딕도회의 정주(定住;stability) 영성의 핵심도
바로 충(忠)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주인을 충실히 따르고 섬기는 충견처럼,
하느님을 충실히 따르고 섬길 때 말 그대로 ‘하느님의 충복(忠僕)’입니다.

주인의 반응에 상관없이,
체면 볼 것 없이,
자기의 초라함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온통 자기를 잊고 주인에게 충성과 애정을 다하는 개입니다.
 
좋아하면 결국은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수사님들도 개를 좋아하다보니 볼품없는 개의 모습도 예뻐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느님을 따르고 섬겨야 진정 수도자요 신자라 할 수 있습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면
수도자든 신자든 누구나 저절로 하느님의 충복이 되기 마련입니다.
 
사랑하면 저절로 종이 되게 마련이고 마음의 온유와 겸손, 순종도 뒤따릅니다.
 
구년 전 성탄절에 써놓은 시가 생각납니다.

“당신이/꽃을 좋아하면/당신의 꽃이
  당신이/별을 좋아하면/당신의 별이
  당신이/하늘을 좋아하면/당신의 하늘이
  되고 싶다.
  늘 당신의 무엇이 되고 싶다.”(1998.12.25).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면 늘 하느님의 충복이 되어 사는 게 소원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충복들 절대로 하느님께 대가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 요구하지도 않고,
이리저리 핑계나 변명으로 피하지도 않습니다.
 
감사와 찬미, 자발적 순종만이 있습니다.
 
사랑이 식을 때
주고받는 이해관계만 남아
계산이 시작되고 요구와 핑계, 변명도 무성해집니다.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느님의 충복이 되어 사는 이들에게 대답은 이 하나 뿐입니다.
 
하느님의 충복으로 사는 것 자체가
최고의 보상이자 행복이요 기쁨인데 새삼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과연 하느님의 충복으로 살고 계십니까?

하느님의 충복이 되어 사는 이들에게
주님은 은총과 자비를, 평화와 불사의 희망을 주신다 합니다.
 
이런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주님과 함께 사랑 속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1독서 지혜서는 말합니다.
 
오늘 새벽 성무일도 독서 시 다니엘서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타오르는 불가마 속에서도 하느님의 충복과도 같은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 세 청년들
주님께서 함께 계시므로 몸과 마음 하나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영적 불가마 같은 수도원에서,
또 세상에서 하느님의 충복이 되어 사는 이들 역시
몸과 마음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진리를 깨닫고 늘 주님과 함께 사랑 속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
 
매일 끊임없이 바치는 미사와 성무일도의 은총이
우리를 하느님의 충복이 되어 살게 합니다.

“주님, 당신의 얼굴을 주님 종위에 비추시고,
  주님의 자애로 저를 구하소서.”(시편31,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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