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예수님 흉내내기<2회> 감사해야 - 박용식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1-16 조회수932 추천수12 반대(0) 신고
 

감사해야

 

            

    하늘나라에 갓 도착한 한 영혼이 성 베드로의 영접을 받았다.


   성인은 영혼에게 하늘나라를 두루 구경시켰다. 둘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서 천사들로 가득 붐비는 거대한 작업실에 들어섰다. 성베드로는 첫 번째 부서로 가서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는 접수처라네. 하느님께 기도하는 온갖 청원을 이곳에서 접수한다네." 영혼이 그 접수처를 유심히 바라보니 끔찍이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많은 천사들이 세상 도처 사람들이 보내온 두툼한 분량의 종이에 적힌 온갖 청원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그곳을 나와 둘이 다시 걷다가 두 번째 부서에 당도했다. 성 베드로가 영혼에게 들려주었다.


    "여기는 포장 및 발송처 라네. 사람들에게 보내줄 은총과 축복이 이곳에서 포장되어 지상의  청원 당사자들에게 발송되는 거지." 영혼이 보니 이곳 역시 정신없이 분주했다. 그 부서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천사들이 일하고 있었다. 그만큼 많은 축복이 포장되어 지상으로 배달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끝으로 작업실 가장 후미진 구석에 마지막 부서가 있었고, 둘은 거기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은 놀랍게도 천사 단 한 명만이 아무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었다. "이곳은 확인처라네." 성 베드로가 영혼에게 일러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겁니까?" 성 베드로가 대답했다. "서글픈 일이야. 지상사람들은 부탁한 축복을 받고 나서 확인서를 보내는 일이 거의 없거든." "하느님의 축복을 어떻게 확인하는 건데요?" 성 베드로가 말했다. "간단하다네. 그저 '주님, 감사합니다.' 하면 되는 거지."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감사할 일이 너무도 많다. 감사 투성이다. 감사할 일로 꽉 차 있다. 왜 어떤 것을 감사해야 하는가?


   첫째,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드려야 한다. 만일 돼지로 태어났더라면 더러운 돼지우리에서 살다가 삼겹살밖에 더 되겠는가? 개로 태어났더라면 집이나 지키다가 보신탕밖에 더 되겠는가? 돼지도 개도 아닌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내 공로 때문인가? 아니다. 거저 무상으로 공짜로 태어났다. 인간이 된 것을 먼저 감사해야 한다.


   둘째, 한국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감사해야 한다. 이라크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먹을 것이 없어 수십만 수백만 사람들이 굶어 죽는 나라도 있다. 우리가 그런 나라 국민으로 태어났더라면 우리도 지금쯤 배고픈 서러움을 겪고 있든지, 아니면 벌서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


   셋째, 21세기에 태아 난 것도 감사해야 한다. 만일 100년 전 1,000년 전에 태어났더라면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특히 여자들은 더 감사해야 한다. 100년 전 1,000년 전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에서 하나같이 여자는 사람 취급도 못 받았다. 남존여비사상이 지배적이던 시대의 여자는 남자들의 물건이나 노리개처럼, 심하면 노예나 몸종처럼 살아야 했다. 하느님이 가르치신 성서의 사상은 남녀평등이지만 평등하지 못해서 여자가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좋은 시대에 태어났기에 여성들이 대접받고 사는 것이다. 감사해야 한다.


   넷째, 천주교 신자가 된 것을 감사해야 한다. 남보다 착하지도 못하고 남보다 좋은 일을 많이 한 공로도 없는데 영세 입교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속에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고해성사로 용서받을 수 있고, 한낱 티끌 같은 인생이 감히 예수님의 몸을 양식으로 받아먹을 수 있고, 그 많은 죄를 예수께서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써 씻어주시고 구원해주신다는 약속을 받아두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또 미사의 은혜가 얼마나 큰가! 본인만 원한다면 매일이라도 평일미사에 참여함으로써 그 큰 미사의 은혜를 받을 수 있으니 이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다섯째, 신앙을 떠나서도 매일 공짜로 주시는 태양 빛과 공가, 누워 잘 수 있는 따뜻한 보금자리인 집, 가족, 직장,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따뜻한 옷, 진수성찬은 아니더라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 그리고 건강한 육체···. 일일이 말해 무엇 하랴! 각자 가기 나름대로 지금 누리는 축복은 한도 끝도 없이 많다.


   이 모든 것이 다 내 노력으로 된 것인가? 이 모든 혜택이 전부 내 힘으로 얻은 것인가? 내가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고 당연히 누릴 자격이 있어서 누리는 것인가? 아니다. 대부분은 거저 주어진 것이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얻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감사해야 한다. 바오로 사도도 말씀하셨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여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너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이로다"(1데살5,18).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라." '언제나', '항상' 감사하라는 게 주님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은총을 입었다고 생각할 때만 감사한다. 예를 들어 암에 걸려 죽을 수밖에 없을 때 병을 치유해주면 크게 감사한다. 아마도 온 힘을 다 바쳐 모든 재물을 다 바쳐 모든 시간을 다 바쳐 감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암에 걸리기 전에는 더 감사했어야 했다. 만일 두 눈이 멀었다가 하느님이 고쳐주었다면 한없이 감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눈멀지 않고 멀쩡히 떠 있었던 것에 더 감사해야 한다.


   내가 만일 하느님이라면 감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사람을 암에 걸리게 만들어 놓고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하게 한 다음 낫게 해주겠다. 그러면 얼마나 감사하겠는가! 만일 내가 하느님이라면 신자들의 다리를 다 분질러 못 쓰게 만들어 버리겠다. 그러면 낫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이고 그때 인심 쓰는 척하고 다리를 낫게 해서 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면 한없이 감사할 것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우리에게 처음부터 암에 걸리지 않게 해주셨고 처음부터 다리 불구자가 아닌 성한 다리를 주셨다. 그렇다면 더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감사는 신앙의 기초요 핵심이다. 감사가 없으면 신앙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감사는 더 많은 은총을 얻는 방법이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여라."(1데살5,18).

 

                 - 박용식 신부 수필집 / 예수님 흉내내기중에서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