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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욕망이 인도하는 곳-판관기43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03 조회수443 추천수5 반대(0) 신고

욕망이 인도하는 곳-판관기43

 <생명의 말씀>

 여룹바알의 아들 아비멜렉이 세겜으로 외삼촌들을 찾아 가서 외삼촌들과 외가댁 온 일가에게 청하였다. "세겜의 모든 어른들에게, 여룹바알의 아들 칠십 명의 지배를 받는 것과 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과 어느 것이 나으냐고 물어 봐 주십시오. 그리고 내가 그들과 한 골육이라는 것도 잊지 말라고 해 주십시오." 그의 외삼촌들은 이 말을 세겜의 모든 어른들에게 전해 주었다. 그들은 이 말을 듣고 아비멜렉이 자기들과 한 혈육이라는 생각에서 마음이 그에게 기울어 바알브릿 신전에서 은 칠십 세겔을 내다가 그에게 주었다. 아비멜렉은 그 돈으로 할 일 없는 건달패를 사서 졸개로 삼아 거느리고 오브라에 있는 아버지의 집으로 가서 자기 형제들 곧 여룹바알의 아들 칠십 명을 한 바위 위에서 죽였다. 그러나 여룹바알의 막내 아들 요담만은 어디엔가 숨어 있었으므로 살아 남았다. 세겜의 모든 어른들과 밀로의 온 집안은 세겜에 있는 석상 옆 상수리나무 아래 모여 아비멜렉을 왕으로 받들었다 (판관기 9:1-6)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나의 아버지는 왕이다'라는 이름을 가진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이 자신의 외가에 가서 외삼촌들에게 아주 이상한 요구를 합니다. 내 아버지의 아들 70명의 지배를 받는 것이 좋겠느냐 아니면 나 한 사람의 지배를 받는 것이 좋겠느냐?를 세겜의 모든 어른들에게 물어 달라고 청하고는 세겜의 그 어른들과 아비멜렉인 내가 한 골육임을 잊지 말고 생각해 달라고 단서를 붙이는 것입니다.

기드온의 아들 중에서 왕을 세습시키겠다고 공인된 바 없는데 아비멜렉은 왕위 세습이 마치 결정된 것처럼 전제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왕이 되겠다고 나서는 것도 우스운 판에 판단의 조건으로 내세운 '내가 그들과 한 골육이라는 것도 잊지 말라고 해 주십시오'라는 말은 더 가당치 않습니다. '누가 왕이 되기에 적합하냐'는 능력 위주의 판단도 아니고 '내가 당신들과 더 친하지 않습니까'의 지연과 혈연을 이용한 판단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입니다.

세겜의 어른들 중에도 제대로된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혈연과 지연에 치우쳐서 생각하다가 바알 신전에서 은 칠십 세겔을 내어다 주었습니다. 성경 저자의 정확한 언급은 없지만 이 행위는 '우리 세겜 사람들은 너 아비멜렉이 왕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합니다.
 
겉으로는 거절하였지만 왕이 되고 싶었던 아버지의 욕망을 그대로 안고 태어난 아들이 하는 짓이 참으로 가관입니다. 그 돈으로 부랑배들을 사서 도망쳐서 목숨을 건진 막내 한 명만 빼놓고 자기 형제 70명을 모조리 한 바위에서 잡아 죽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세겜의 어른들이라는 사람들은 세겜의 석상 옆 상수리 나무 아래에 모여서 아비멜렉을 왕으로 옹립해 버립니다. 그 석상은 아마도 바알과 아세라의 것이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백성이 하느님을 거부하고 인간 왕을 세우는데 그것도 우상 앞에서 그 일들을 다 했던 것입니다.

상식을 가지고 생각했을 때 참으로 발생하기 어려운 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기드온의 집안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처음에는 신실한 마음과 믿음으로 하느님 눈에 들어서 단 300명으로 미디안 대군을 격파한 기드온 집안에서 하느님을 배신하는 이렇게 처참한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첫 마음을 잃고 욕망이 인도하는 곳으로 가다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끝이 대체로 처참합니다. 내 내면에서 하느님을 거슬러 부지런히 쉬지 않고 일어나는 욕망들 - 이들에게 질서를 부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느님 앞에 자주 나올 때 흐트러진 내 마음이 강한 자석 앞의 쇳조각들처럼 한 방향으로 정렬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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