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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4일 월요일 예수 성탄 대축일 전야 저녁 미사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24 조회수607 추천수9 반대(0) 신고
 

12월 24일 월요일 예수 성탄 대축일 전야 저녁 미사 - 마태오 1,1-25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나와는 무관했던 성탄>


   또 다시 성탄입니다. 함께 사는 아이들이나 공동체 형제들의 얼굴이 전에 없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성탄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히 오가는 아이들, 이곳저곳 성탄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오리고. 붙이고, 달고, 다들 바쁩니다.


   저희 수도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성탄이 다가오면 대청소부터 시작합니다. 구석구석 묵은 때와 먼지를 털어내면서 성탄 준비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영혼의 대청소이지요. 대충 준비가 끝나면 침묵 가운데 조용히 하루 피정을 갖습니다.


   이번 대림시기를 보내면서 제 개인적으로 줄곧 한 가지 질문에 집중했습니다.


   성탄은 내게 과연 무엇인가? 성탄은 내 인생에 어떤 의미인가? 성탄은 내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지난 세월 돌아보니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열심히 성탄을 준비했습니다. 대림시기 동안 여기 저기 오라는 곳 열심히 다녔습니다. 행사준비를 위해 많은 밤늦게까지 일도 했습니다. 신자들에게 성탄을 잘 준비하라고 목이 쉬도록 외쳤습니다. 이러이러한 마음으로 성탄을 맞이하라고 많이도 부르짖었습니다.


   그러나 정말 부끄러운 것이 저 자신을 위한 성탄은 없었습니다. 아이들, 형제들, 신자들을 위해 열심히 성탄을 준비했지만, 정작 저 자신 안에는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공간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성탄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성탄이었지 저 자신과는 무관한 성탄이었습니다.


   성탄과 관련해서 어느 신부님의 가슴 치게 하는 말씀이 기억납니다.


   “성탄이 다가와서 아기 예수님께서 어딘가 또 다시 탄생하셔야만 하는데, 그분께서 탄생하실 마땅한 공간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은 가난과 겸손으로 무장하신 분인데, 세상은 온통 상업주의의 물결에 휩쓸려, 천박한 자본주의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 그분께서 태어나실 자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 불행한 일은 성탄절에 즈음해서 그런 안타까운 소비 향락주의 풍조가 교회 안에도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탄의 본질과 핵심인 육화강생, 겸손, 죄인들을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극진한 사랑에 대한 감사는 뒷전인 채 주변에서만 맴도는 성탄행사는 이제 제발 그만하도록 합시다.


   내 안에, 내 가정 안에, 우리 교회 안에 예수님께서 태어나시지 않는다면, 성탄은 한낱 쇼일 뿐입니다. 이벤트일 뿐입니다.


   다시 한 번 그 소박했던 베들레헴의 말구유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그 겸손, 그 가난에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성탄은 멀게만 느껴졌던 하느님을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느끼게 해준 은혜로운 사건입니다. 성탄은 우리의 하느님께서 공포와 진노의 하느님이 아니라 온통 사랑으로 가득하신 분임을 알게 해준 기쁜 사건입니다. 성탄은 하늘을 찌르는 우리의 죄악과 악행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끝까지 참아주시고 수백 번도 더 용서하시는 자비의 하느님이란 사실을 선언한 행복한 사건입니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주시는 그 평화, 그 축복이 일 년 내내 가정 안에서 지속되길 바랍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올해만큼은 우리 안에 그분께서 정말 탄생하시도록, 그래서 우리 삶이 조금이라도 변화되도록 우리 내면을 비우고 또 비우는 하루가 되길 기도합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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