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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월 26일 수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7-12-25 조회수838 추천수12 반대(0) 신고
 

12월 26일 수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사도행전 6장 8-10절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주십시오.”


<그 당당함, 그 거칠 것 없음>


   뭔가 전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 앞에 서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참으로 부담스런 일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내게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을 바라봅니다. 내가 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입니다. 때로 이야기가 꼬이거나, 청중들의 반응이 시원찮을 때는 죽을 맛입니다.


   특히 청중들이 전문가 집단이라면 더욱 괴롭습니다. 많이 배운 사람들, 한 인물, 한 자리씩 하는 사람들 앞에서 뭔가 이야기한다는 것은 더욱 부담스런 일입니다.


   순교직전 스테파노는 몇몇 유다인들로 부터 고소를 당해 법정에 서게 됩니다. 스테파노는 당대 유다 사회 안에서 최고 지식인 집단인 유다 최고 의회 앞에 서게 됩니다. 법정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본 스테파노는 그 위압적인 분위기에 기가 죽을 만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당시 한 인물씩 하던 원로들과 대사제들, 율법학자들이 즐비했습니다.


   최고의회 의원들, 그들은 말로 벌어먹고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말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들이었습니다. 노련한 말솜씨, 논리정연하고 말솜씨로 피고인들을 세차게 몰아붙이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 스테파노는 전혀 주눅 들지 않습니다. 겁을 먹기는커녕 당당합니다. 냉정합니다.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을 조금도 빼먹지 않고 또박또박 다합니다.


   무슨 이유로 스테파노는 그리도 당당할 수 있었을까요? 당당함,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오직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강렬한 체험이 배경이었습니다. 하느님의 성령이 늘 스테파노와 함께 하고 계셨습니다. 사실 스테파노가 말한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영이 자신 안에 머물고 계셨던 스테파노였기에, 하느님과 하나였던 스테파노였기에 최고 의회 앞에서도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적대자들 앞에서도 거칠 것 없었습니다.


   스테파노가 법정에 나타나자 거기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에 그에게 쏠렸습니다. 몇 사람이 나서서 스테파노를 고소합니다. 스테파노가 모세의 율법을 훼손시킬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모독하고, 순진한 백성들을 동요시키고 있다고.


   이윽고 대사제가 나서서 스테파노에게 묻습니다.


  “이런 일들이 사실인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스테파노는 법정 앞에서 그 ‘당당하기로 유명한’ 설교, 또한 ‘길어서 유명한’ 설교를 시작합니다.


   설교 말미에 이르러 스테파노는 마침내 유다 최고 의회를 정면으로 공격합니다. 스테파노는 유다 최고의회 의원들을 향해 ‘이교도의 마음과 귀를 가진 완고한 사람들’이라며 몰아붙입니다. 스테파노는 모세와 하느님을 모독한 죄로 끌려온 피고인이었으나, 용감하게도 자신을 심판하는 법정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최고의회의 정곡을 찌르는 말 한 마디를 던집니다.


   “목덜미가 뻣뻣하고 마음과 귀에는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이여, 당신들은 언제나 성령을 거역합니다. 당신들은 의인의 배반자가 되고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당신들은 모두 천사들이 반포한 율법을 받고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분노에 사무친 사람들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던지 이까지 부드득 부드득 갑니다. 그 순간 스테파노는 유다인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말을 또 한마디 던집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사람들은 큰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일제히 달려들어 그를 성 밖으로 몰아냅니다. 돌을 던집니다.


   무수한 돌 세례를 맞으며 조금씩 죽어가면서도 스테파노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어쩌면 스테파노는 또 다른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의 참 제자입니다. 스테파노의 삶과 죽음이 그리도 예수님과 빼닮았기 때문입니다.


   스테파노는 영광스럽게도 예수님께서 고발당하셨던 바로 그 법정에 섰습니다. 스테파노는 예수님처럼 강렬한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느님 아버지와 깊이 결속되어 있었습니다. 스테파노는 예수님처럼 적대자들의 손에 죽어가면서도 그들을 용서했습니다. 스테파노는 예수님처럼 사람들로부터 미움 받고, 사형언도 받고,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스테파노 역시 예수님처럼 불멸의 하느님 아버지 나라에서 영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86번 / 순교자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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