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사도행전에 따르면 스테파노는 최초의 일곱 부제 중 한 사람이었다. 부제들은 가난하고 불쌍한 그리스도인들, 특히 과부들에게 매일 음식을 나누어주는 일을 맡았다. 스테파노는 믿음과 성령이 가득하여 사람들 사이에서 많은 기적을 일으켰다. 스테파노는 성경에 대해서 매우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으며 그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유다교와 논쟁을 벌일 수 있었다.
스테파노는 하느님과 모세에 대해서 불경스런 말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고발되어 재판소에 소환되었다. 그는 구약성경을 바탕으로 유다인들이 성령을 거부하고 예수 그리스도가 메시아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유다교를 비판했다.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서 천사의 얼굴을 보았다고 한다. 스테파노 부제의 공격에 분노한 유다인들은 극도로 흥분해서 그를 성 밖으로 끌어내 돌로 쳤다.
돌에 맞아 순교하면서 스테파노는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라고 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2)라고 하신다.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박해를 각오해야 한다. 때로는 부모나 형제로부터 배척을 받고, 친척이나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반대와 박해를 당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신앙생활이란 결코 쉽지 않다. 주님을 따른다는 것은 이미 박해와 고통을 각오한 삶인 것이다. 왜 신앙인은 박해를 당하는가? 세속적인 인간들에게 그리스도의 진리는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세상이 추구하는 행복과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세상의 빛이시다. 죄와 어둠의 세력은 빛을 거부하고 미워한다. 어둠의 행위가 빛 안에서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이 세상 안에서 신앙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 자체가 미움과 박해를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순교자는 본래 증인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신앙의 삶 자체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길이며 동시에 순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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