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고 겸손한 판관 돌라-판관기4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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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이광호 | 작성일2007-12-31 | 조회수482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작고 겸손한 판관 돌라-판관기49 <생명의 말씀>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아비멜렉 이후에 이스라엘을 다스렸던 판관은 돌라라고 판관기 저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록이 정말 짤막합니다. 돌라가 아비멜렉 이후에 이스라엘을 구원했다는 기록만 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는 것입니다. 돌라가 판관으로서의 위대한 업적이 전혀 없어서 그 기록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비멜렉의 사건을 돌이켜 보면 판관으로서 돌라의 업적을 추론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위대한 군사 지도자 기드온의 사후에 일어났던 아비멜렉 사건은 이스라엘을 크게 술렁이게 했고 이스라엘 공동체에 심각한 분열을 가져왔을 것입니다. 동족 사이에서 피의 살육이 있었기 때문에 지파간의 반목이 생겼을 것이고, 지파들 사이에 회복되기 어려운 감정의 골이 패었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 상황에서 하느님께 부르심 받은 사람이 돌라이고 그 돌라가 일어나서 이스라엘을 구원했다고 성서는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돌라는 아마도 화해와 치유의 지도자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대체로 판관기에 자세한 기록이 남은 다른 판관들은 이스라엘을 압제했던 민족을 처부수어 이스라엘을 정치적 군사적으로 해방시켰던 판관들이고 판관기의 저자도 이쪽에 주관심을 두고 기록을 정리했던 듯합니다. 돌라는 분열되어 있고 내적인 상처로 고통 받고 있었던 이스라엘을 단 두절만 기록해도 될 정도로 평온하게 23년간을 다스렸습니다. 기드온이나 삼손처럼 유명해지고 이름과 업적이 길이 남을 수 있는 부르심을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은 아니지만, 자기 자신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아도 묵묵하고 겸손하고 귀하게 자신의 소명(召命)을 감당한 사람이 바로 돌라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도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래서 초라해 보여도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소명이 그것이기에 묵묵하고 겸손하고 감사하며 자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작고 겸손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가 생각해 봅니다. 모든 성인(聖人)들은 하느님의 작은 도구가 되는 것 이상을 바라지 않으셨다고 하는데, 저는 하느님을 따른다고 하면서도 그 내면에 나를 높이고 내가 영광받고자 하는 마음이 너무나 많음을 절감합니다. 주님이 명하시는 선한 일을 하더라도 저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고도로 복합적인 동기들에 의해서 그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많습니다. 나를 버리고 포기할 수 있는 겸손, 그리고 묵묵히 주님의 길을 갈 수 있는 용기- 별 기록을 남기지 않은 돌라가 이런 미덕을 갖추었던 판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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