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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리에 불과하다고?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2 조회수584 추천수11 반대(0) 신고
 
 

 

 

 

 

 

 

+ 요한 1,19-28


유다인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요한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요한이 요한이지 누구일까마는,

그의 말 한마디에 온 백성들이 요르단 강물로 풍덩풍덩 뛰어들고,

고집센 사람들을 회개의 눈물로 변화시키고 있는 그 카리스마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알고 싶은 것이다.

 

만일 그런 힘이 하늘에서 온 것이라면

자신들에게 돌아올 혜택이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즉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따라 그에게 무엇을 기대해도 될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마치 대선을 앞두고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우리나라의 판도가 달라질까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무엇일까

그 장래를 가늠해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까?

 

 

그의 말을 들어보고 장래의 포부를 들어보고 싶어

유다의 지도자들은 요한에게 사람을 보내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요한은 서슴지않고,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하고 말한다.

만일 "내가 그리스도다. 메시아다" 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온 세상이 뒤집힐 정도의 변혁이 일어났을 것이다.

그를 찾아온 수많은 군중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그를 왕으로 추대하려했을지 모른다.

그들은 로마 군대를 몰아내고, 유다의 왕국을 재건할 메시아를 수백년간 목빠지게 기다렸으니까. 

 

그런데 그는 그리스도가 아니란다.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엘리야요?” 하고 그들이 묻는다.

 

메시아가 오시기 전에 먼저 보내겠다고 약속한, 엘리야인가?

하기야 엘리야가 오고 난 후, 메시아가 오는 것이 순서이니까.

그러나 요한은 또 “아니다.”고 대답한다.


그리스도도 엘리야도 아니면 그럼 뭐냐?

“그러면 그 예언자요?” 

 

모세의 사후부터 언젠가 모세와 같은 탁월한 예언자가 다시 올 것이라고 믿었던 백성이다.

목자없는 양떼들과 같은 자기 백성을 만국 위에 우뚝 서게 이끌어줄 예언자를

언젠가는 하느님이 보내주시리라는 믿음으로 묵묵히 기다렸던 백성들이다.

 

마치 우리나라를 세계의 선진대열에 우뚝 세워줄

그런 지도자를 갈구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

백성들을 편안하고 행복하고 잘 살게 할 예지를 가진

탁월한 지도자가 있다면 얼마나 희망적일까?

 

그러나 요한은 그 물음에도 다시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답답한 그들은 이제 요한에게 직접 말하길 청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누구요? 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서 도대체 너는 누구인데

회개를 하라 마라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다그치는 것이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자신의 신분을 이렇게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어디 있는가?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 어디에 또 있을까?

 

 

자기가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자기만이 그 일을 다 할 수 있다고

마이크에 대고 골목마다 돌아다니며 매일 시끄럽게 장담하던

대선후보들의 소리, 소음들하고는 얼마나 비교되는가? 

 

 

 

 나는 궁정에서 너희를 다스릴 왕도 아니고,

세상에 정의와 평화를 가져다줄 메시아도 아니고,

탁월한 백성의 지도자도 아니다.

 

그저 저 광활한 하늘을 이불삼아, 척박한 광야를 내 집 삼아,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할 소리를 하고 사는 자유인일 뿐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빛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작은 등불을 비쳐주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너희들에게 위대한 말씀을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다.

나의 말은 그저 지나가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다만 그것을 귀담아 듣는 사람에게는

다만 그 소리를 마음에 새기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일생에서 잊혀지지 않는 소리가 될 것이다.

 

 

 

하지도 못할 공약을 서둘러 발표하고

허무맹랑한 소리를 앞다투어 약속해놓고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일삼는 지도자들에게 

광야에서 불어오는 저 신선한 바람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자신은 한낱 소리로서, 길나장이로서의 몫을 하고 갈 테지만,

자기가 닦아놓은 길을 밟고, 뒤에 오실 분이라면

자기보다 더 훌륭한 분이라고 외치는 세례자 요한.

 

그분이야 말로 백성들의 빛이며,

그분이야말로 백성들을 생명으로 이끌 말씀이시라는 것.

 

세례자 요한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았고,

자기보다 뒤에 올 분의 신원과 사명도 분명하게 알았다.

그의 선포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었고, 한치의 사욕도 들어있지 않았다.

 

명명백백했던 그의 선포가 있었기에

자기 자신은 그처럼 낮아지려 애를 썼어도

오늘날까지 요한의 위대성은 각 복음서마다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자유인 요한을 따라, 어떤 명예도 권력도 인기도 탐함 없이

오직 자기 자신만을 오롯하게 살아내려고 광야로 들어간 사람들.

 

4세기의 카파도키아의 위대한 삼총사인,

대 바실리우스와 그의 동생인 니사의 그레고리우스, 

나지안즈의 그레고리우스와 같은 분들도 그런 인물들이었으니, 

오늘은 그중에서 대 바실리우스와 나지안즈의 그레고리우스를 기념하는 축일이다.

 

아무리 숨어들어가도, 아무리 알려지기를 원치 않아도,

그 사람이 품고 있는 고매한 인격과 진실한 삶은 

광야를 부는 바람 소리와 함께

멀리 멀리 전해지게 마련인가보다.

 

 

 

 

 





Non ti scordar di me - Francesco ara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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