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거룩한 교회 <이성훈신부님>
작성자장이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3 조회수539 추천수4 반대(0) 신고

우리가 믿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무엇입니까?

이곳에서 어떤 자매님과의 대화에서 일치점을 찾지 못하고, 괴로워 할때

나와 우리의 부족함에 대해 용기를 잃고 고민할때, 그런 지난 일들에 대해 염증을 느낄때

선배 신부님께서 쪽지를 보내주셔서 생각을 나누어 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선배 신부님께서좋은 말씀을 주셔서 교우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어 봅니다.

다음은 신부님께서 모두에게 신덕에 대해 용기를 내라고 보내주신 글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기도가, 실천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채워주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

1. 가톨릭 신자들은 주일 미사 때마다 고백하는 <사도신경>에서 교회가 거룩하다고 고백합니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그러나 교회사를 읽어보면, 현실의 교회가 거룩하면서도 동시에 죄와 잘못이 많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사 안에는 빛만이 아니라 어둠이 뒤섞여 있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시작된 교회는 탄압과 박해를 받으면서 복음을 선포하고 복음을 살면서 많은 이들을 마음을 얻었습니다. 특히 함께 기도하면서 재산까지 공유하고 서로 도왔던 초대교회는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고 사도행전 2장 47절은 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이후에 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얻기는 했지만, 로마 제국의 비호를 받으면서 점점 더 세속의 권력과 가깝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상 안에서 세상과 다르게 살기보다는 돈과 권력과 지배를 추구하는 세속의 가치관을 추종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신앙을 지닌 사람들끼리 의견이 다르다고 서로 다투고 비방하고 갈라져서 심지어는 서로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또 국가로부터 박해받던 교회가 세상 권력을 얻게 되자 다른 신앙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박해하기도 하였습니다. 십자군 운동, 마녀사냥, 개신교와 가톨릭 간의 종교 전쟁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도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하는 이들이 다른 종교인들을 멸시하는 편협한 태도라든가 권력과 물욕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 서로 비방하고 다투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2. 예수님도 당신 교회의 앞날이 순탄치 않음을 내다보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당신 교회의 초석이 될 열두 사도를 뽑으시기 전에 밤을 새우시며 하느님께 기도하셨습니다(루카 6,12). 특히 앞으로 교회를 이끌어 나갈 베드로를 위해서 기도하십니다.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탄이 너희를 밀처럼 체질하겠다고 나셨다. 그러나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하여 기도 하였다”(루카 22,31-32). 또한 요한복음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최후만찬 석상에서 제자들이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기를 간청하십니다. “거룩하신 아버지,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 거칠고 유혹이 많은 세상에서 예수님의 정신을 구현하는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에 비유될 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제자들을 악마에게서 지켜주시도록 성부께 간청하시고, 그들이 진리를 위하여 몸을 바치는 사람들이 되게 해달라고 거듭 기도하셨습니다(요한 17,15.17).

 

3. 예수님의 이런 기도는 한 순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을 통해서 오늘날까지 계속됩니다. 왜냐하면 부활하신 예수님은 성령을 안에서 교회와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에서 교회가 잘못을 범하면서도 다시 새롭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이 기도 덕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기도로 인해서 흙탕물처럼 더럽혀진 교회 한 구석에서 맑은 샘물이 솟아 나와 다시 깨끗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실상 교회가 휘청거릴 때마다 말과 행동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새롭게 구현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도록 돕는 인물들이 나타납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나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볼 때 교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의 죄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거룩하다고 고백하는 근거가 분명해집니다. 예수님은 성령을 통해서 교회 안에 보이지 않게 현존하시면서 교회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주시면서 사람들을 변화시키시기 때문에 교회가 거룩하다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말씀과 성사 안에서 계속 우리에게 다가오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십니다. 그분의 기도 덕분에 교회 지도층을 포함한 교회 안의 인간들의 무수한 허물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거듭거듭 정화되고 새로워지며 2000년을 버티어 왔던 것입니다.

어떤 신학자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아버지를 빈틈없이 중재하는’ 기도 생활을 어제도 하셨고 오늘도 하시며 앞으로도 영원히 하실 것입니다. 이 기도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인류를 구원하고 있으며, 어떠한 기술이나 자선 활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죄, 자유, 신앙, 사랑, 그리고 구원에 엄청나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통해서 보이지 않게 교회 안에 현존하시면서 끊임없이 교회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교회를 성화시켜 주시기 때문에 ‘교회가 거룩하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4.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이런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계십니다. 그분은 추기경 시절에 여러 권의 대담집을 남기셨습니다. 그중에서 독일의 저널리스트 페테 제발트와 엮은 대담집에서 인상 깊은 대목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황님이 가톨릭 교회 내에서 저질러진 죄와 잘못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교회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내는 말씀을 하신 대목입니다.

“중세 때 교황청에 여행을 왔다가 가톨릭 신자가 되고 만 유다인 이야기를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돌아오자 교황청을 잘 알고 있던 어떤 식자가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지요. '거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건가?' 그러자 그 유다인은 '그래, 물론 스캔들과 같은 일들을 모두 알고 있다네. 그 모든 것을 직접 보았으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도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그건 완전히 정신 나간 짓일세!'라는 식자의 말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가톨릭 신자가 된 것이네. 그런 상황에서도 교회가 계속해서 존속해 왔다면 그야말로 다른 누군가가 교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일세.'[...]

제가 보기로 이러한 역설 속에서 무언가 매우 중요한 것이 드러난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가톨릭 교회 안에 인간적 무능함과 약점이 없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가톨릭 교회는 물론 한숨과 신음 소리가 없지는 않지만 아직까지 존속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위대한 순교자를 배출해 냈고, 위대한 신앙인, 선교사, 또 간호사, 교육자가 되어 교회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을 배출해 냈습니다. 그런 점이 이 교회를 지탱하는 다른 어떤 존재가 정말로 있음을 말해 주지요."(『하느님과 세상』, 성바오로출판사, 82-83쪽).

 

5. 교황님은 가톨릭 교회 내의 어두운 면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 동시에 교회가 하느님의 놀라운 손길에 의해 인도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십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교회 안에서 발견되는 죄와 잘못을 유야무야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교회는 인간적인 약점과 잘못에서 벗어버리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변화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도 <교회헌장> 8장에서 ‘교회는 계속 정화(淨化)되어야 합니다.’ 고 분명히 말합니다.

하지만 교회의 정화를 위한 노력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는 근본적으로 인간이 아닌 “다른 어떤 존재”, 그리스도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사실입니다. 때로는 교회가 “인간적인 무능함과 약점”으로 점철되어서 한숨과 탄식을 자아낸다고 하더라도, 그리스도는 당신의 간절한 중재 기도를 통해서 사람들 변화시켜서 교회가 새롭게 변화되도록 이끄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럴 때 쇄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죄와 잘못을 보면서 낙담하지 않을 수 있고, 교회가 거둔 성공 앞에서 교만에 빠져 우쭐거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앞으로도 세상 마칠 때까지 그리스도의 중재 기도가 계속될 것을 믿고, 그 기도의 힘으로 내가 변화되고, 교회가 변화될 것을 믿으면서 “거룩한 교회를 믿나이다.”고 진심으로 고백하는 신자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거룩한 까닭은 그 주인이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성령께서 함께 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둠에도 불구하고 기도하고 희생하는 교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 안에는 여전히 밝은 빛이 함께 합니다.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