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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비둘기를 얹고 다니는 사람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3 조회수466 추천수6 반대(0) 신고
 
 

 

 

요한: 1, 29-34

 

 

초기 수도자들은 다음과 같은 동화를 알고 있었다.

 

어떤 아버지가 아들을 스승에게 보냈다.

아들은 일년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는데, 개짖는 소리밖에 배운게 없었다.

아버지는 화가나서 다른 스승에게 아들을 보냈다.

아들은 거기서 일년동안 개구리 소리를 배웠다.

또 다른 곳으로 보내진 아들은 그곳에서 새소리를 배웠다.

 

마침내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려 들었고 아들은 도망쳤다.

아들이 어느 성에 도착하여 성 문간방에 묵게 되었다.

한밤중에 아들은 사람을 해치려는 들개떼를 만났다.  

그 들개떼 때문에 성의 사람들은 밖을 나올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들은 그들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고

개들이 성문 문간방 밑에 있는 보물을 지키려고 그런다는 것을 알았다.

아들은 개들이 보물을 꺼내주도록 도와주었다.

그후, 개들과 사람들은 평화를 이루게 되었다.

 

아들이 그 성을 떠나 한참을 가다가 어느 연못에 닿았다.

거기서 개구리들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연못을 떠나 로마에 도착하니, 마침 교황님이 돌아가셨다고 모두들 슬퍼하는 가운데.

추기경님들이 모여 다음 교황을 선출하려고 하고 있었다.

 

아들도 교황님의 장례에 참석하려고 성당으로 들어갔는데,

그의 오른쪽 어깨 위엔 하얀 비둘기가 내려앉았다.

추기경들은 그를 교황으로 선출하였다.

아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으나 비둘기가 받아들이라고 옆에서 권유했다.

그제야 아들은 수락하였다.  ^^

 

...................

 

이 동화에서 교황은 상징적 존재다.

즉 자신을 그래도 유지하며 자기 길을 가는 사람을 상징한다.

 

개들이 짖고 있는 언어는 무엇인가?

내 안에 있는 어떤 욕구다. 두려움이나 성욕, 걱정 따위의...

이는 내가 해내야 하는 어떤 요소가 나에게 계속 짖어대는 것이다.  

 

그런데 개가 많이 짖어대는 곳에 보물이 있다는 것이 중요한 표상이다.

보물은 참된 자아를 상징한다.

 

즉 개가 사납게 짖어대는 것은 내가 참된 자아를 살지 못하고 있기에 계속 짖어대는 것이다.

그러기에 참된 자아를 찾으라는 표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욕이 짖어대는 개일 경우에는, 좀더 활기차게 살아가라는 말이다.

 

............................... 

 

위의 이야기는 지난 11월 명동성당에서 열린 안젤름 그륀 신부님의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다.

 

예수님이 물 위에서 올라오시자, 그분의 위로 비둘기가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는

요한의 증언을 듣고 문득 이 동화가 떠올랐다.

 

우리의 내면 안에는 우리를 참되게 살라고 수없이 짖어대는 개들의 소리가 있다.

으르렁 거리는 그 소리들 밑에는 귀중한 보물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그 소리들과 화해하고 참된 자기를 발견하는 보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되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라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마침내 평화를 이룬 조화로운 우리에게 비둘기가 내려앉는다는 이야기다.

 

 

오늘, 통합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물 위에서 올라오신 분이 있다.

조화와 평화가 그분 위에 내려오셨다.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평화롭고, 지극히 맑고 투명한 사람에게서는 

어떤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지는 법.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분!

요한은 예수님의 모습에서 그 기운을 발견한 인상을 술회하고 있다.

 

도무지 그에게서는 어둠을 찾아볼 수 없었다.

도무지 그에게서 죄의 그늘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에게서는 타인들의 죄를 짊어지고 가는 흔적만이 보였다.

그러나 그 무거운 죄들조차 그를 좀처럼 물들일 수 없었다.

 

그에게는 이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견고한 자기가 확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소리를,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자기가 정립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가는 자.

세상의 죄를 없애는 자로서의 그는

먼저 자기 자신 안에서 통합을 이루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내적으로 외적으로 조화된 인간이 되고 싶다.

평생 그런 모습을 찾아가는 구도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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