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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08) 당신은 이제 노인입니다 / 맹상학 신부님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3 조회수782 추천수12 반대(0) 신고
 
 
 
 
 
 
                             당신은 이제 노인입니다
 
 
                                                                        글쓴이 : 맹상학 신부님
 
나는 겉으로는 얼굴이 시커멓고, 골격이 단단해 보여서 사람들이 곧잘 오해를 한다.
 
"술, 담배도 잘할 것 같고, 아픈 데도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실은 속으로 다 곯았다.
특히 잇몸이 좋지 않아 잇몸 수술도 하고,
신경치료도 하고,
소중한 어금니도 뽑았다.
이제는 하도 찢고 째서 주사바늘로 찔러도 담담한 편이다.
 
 
그런데 잇몸이 붓거나, 치아가 흔들거리면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치과에 가면 의사가 어김없이 하는 말이 있다.
 
"쯔쯔 완전히 내려앉았는데요.
 상태가 최악입니다..... .
 흔들리더라도 쓰는 데까지는 쓰세요.
 임플란트 하기 전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노인입니다." 라는 선고와 다름없는 말을 듣고도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한다.
 
"벌써 몇 십 년 썼는데, 이 정도 버텨준 치아에 감사하지요."
 
하면서 씨-익 웃음으로 넘긴다.
 
어느 날 필리핀에서 수업을 듣던 중 오른쪽 어금니가 붓기 시작하더니 흔들린다.
이미 신경치료를 하고 금을 씌운 소중한 치아인데.... .
 
신경치료는 잇몸에 있는 신경을 죽이는 것이란다.
그래야 안 아프다고,
치아를 살리고,
잘 씹을 수 있다고......  .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가끔은 신경을 죽이고 싶을 때가 있다.'
 
신경질이 날 때,
짜증이 날 때,
화가 날 때,
분노가 차올라 가슴이 아플 때,
 
이런 감정을 죽이지 않으면 나도 아프고 다른 사람도 아프게 한다.
화와 분노를 죽이지 않으면 화병으로 죽든지, 분노에 홀로 힘들어한다.
 
내 안의 화나는 신경을 죽일 줄 아는 사람만이 깊은 그리스도인이다.
비록 자신이 바보가 될지라도 하느님께서 씌워주신 그 사랑의 이로
고통을 씹고 또 씹고,
절망을 씹고 또 씹으면
거기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단물이 나올 것이다.
 
그러면 알게 되리라.
지금까지 버텨준 내 몸과 영혼이 얼마나 거룩한지를....  .
그런 단계에 가면 세상 어떤 일에도 그냥 씨-익 하고 웃음으로 넘기게 될 것이다.
 
오늘은 시편의 말씀이 더욱 달디 달다.
 
"너희는 주님을 보고 맛들여라 그분이 얼마나 좋으신지!"
 
 
                      ㅡ가톨릭 다이제스트 중에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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