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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워메! 찬물을 . . . . . . . . [이 호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7 조회수778 추천수12 반대(0) 신고

 

 

 

    삶의 기억 속에 여러 가지 편린들이 있습니다.

    그 중 제 마음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남아있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신학생 때 친한 지인의 아버지 부음으로 진도에 가게 됐습니다.

    그곳은 씻김굿이 유명한 마을이었고

    가톨릭신자와 관계없이

    동네분들이 품앗이처럼

    별 거부감 없이 한쪽에서는 연도를

    또 한쪽에서는 씻김굿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무슨 신학적인 논쟁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것이 충격이었습니다.

    너무 짧아져 버린 신(新)연도를

    음률도 없이 그저 말로만 바치는 우리들과

    날을 꼬박 세워가며 목이 터져라하는 씻김굿은

    너무 대조적이었던 것입니다.

 

    목이 메여올 정도로 슬프고 구성지게 이어지는 창소리는

    저승문이 열릴 것을 갈망하는 무속이라기보다

    동네 어른의 천도를 온 가슴으로 기원하는 바람을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마음에 소용돌이치는 충격으로

    그동안의 정성이 담기지 않았던 의무적인 연도나

    병자성사 장례미사에

    되도록 인간적인 정성을 담아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좌신부 때

    관할 구역 내에 두 개의 큰 종합병원이 있었습니다.

    구역 내에 보좌신부는 저 밖에 없었던 지라

    자주 응급실에서 전화가 오곤 했습니다.

 

    때로는 가기 싫은 적도 있지만

    병자성사를 통한 인간의 작은 정성을 기억하며

    기쁜 마음으로 임종이나 성사에 함께 하려 노력합니다.



   “신부님 0 0 병원 응급실인데요.

    환자분이 3일 전에 실려 왔는데 의식이 없으세요.

    보호자분이 병자성사를 원하시는데 오실 수 있나요?

   “위독하신가요?

   “네 빨리 좀 와주세요.



    대충 챙겨 사제관을 나오면서도

   ‘이렇게 바쁜 대림 판공시기에 병자성사 연락이 온단 말이야....’ 하고

    투덜거리며 성당을 나섰습니다.

 

    병원 응급실인지라 분주하고

    사람들도 낯익은 풍경이라 정성 없이

    속옷만 대충 갖춘 응급환자 앞으로 갔습니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치료의 긴박함 때문인지

    2차 감염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거의 옷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식서를 펴들고

   “성부와…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이성수로…”

    성수 뿌리는 부분에서 아무 생각 없이 성수를 뿌리는데,

    3일이나 의식이 없다는 아저씨가 글쎄 번쩍 손을 들더니 

   “워매!  찬물을 배따지에 뿌려 부네!” 그러면서

    손으로 물을 훔치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저도 놀라고

    가족들이랑 주변의 간호사들도 무척 놀랐습니다.

    의식이 없던 환자가 자신의 배에 찬 성수가 닿자 눈을 뜬 것입니다.



    하느님의 커다란 은총에

    인간의 정성이 무슨 소용일까 생각도 해보지만,

    정성이 없었던 성사집행이나 단조로운 일상에 대한

    하느님의 선물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임종이나 장례, 병자성사와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하느님의 은총이 더 절실하게 느껴질 때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인간적 정성을 드려야 되겠다는

    반성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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