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Fr.조명연 마태오]
작성자이미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08 조회수875 추천수17 반대(0) 신고
 
2008년 1월 8일 주님 공현 후 화요일
 
 
 
Give them some food yourselves.
(Mk.6.37)
 
제1독서 요한 1서 4,7-10
복음 마르코 6,34-44
 

오늘의 독서와 복음 듣기





월요일이었던 어제 새벽 3시쯤 전화가 울립니다. 잠이 들 깬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지요. 상대방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들떠있었습니다.

“신부님, 너무 이른 시간이라 죄송한데요. *** 형제님께서 지금 너무 위독하셔서 병자성사 청하기 위해서 이렇게 전화했습니다.”

“네. 지금 가겠습니다.”

저는 간단히 양치질과 세수를 한 뒤에 곧바로 그 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병원 응급실에 누워 계신 형제님을 뵙는 순간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형제님은 레지오 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성당의 봉사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분으로, 글쎄 불과 몇 시간 전에 저와 함께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서 풍산개를 키우는데 새끼를 6마리나 낳았다면서 환하게 웃으시던 그 모습이 선한데, 이렇게 힘없이 누워 계신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들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인정하지 않고, 주님 위에서 자신의 뜻대로만 모든 것을 행하려고 합니다. 그 결과 많은 욕심을 가지고 살 수밖에 없으며, 교만의 삶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당신을 찾아온 많은 군중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계시지요. 그런데 늦은 시간이 되자 제자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촌락이나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게 하십시오.”

제자들의 관심사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 바로 인간적인 먹을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만나고 있다는 것인데, 그들은 인간적인 먹을 것을 이유로 예수님과 사람들과의 만남을 떼어놓으려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이 인간적인 문제를 제자들이 해결해보라고 이야기하시지요.

분명히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왜 이러한 말씀을 하셨을까요? 바로 이 세상의 관점으로 문제들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즉, 인간적인 관점으로 볼 때에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주님과 함께라면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봉헌입니다. 당신의 능력이라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그 모든 사람을 배불리 먹이실 수 있을 텐데, 예수님께서는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면서 봉헌을 요구하십니다. 그들은 너무나도 부족해 보이는 빵과 물고기를 봉헌하지요. 그리고 그 결과는 모든 이가 먹고도 남는 엄청난 기적을 가져왔습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것일지라도 주님께 봉헌한다면, 주님께서는 당신의 힘으로써 변화시켜서 우리에게 되돌려 주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든 것을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요? 이러한 마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주님으로부터 모든 문제의 해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것을 맡길 때, 우리의 삶 안에서 매 순간 놀라운 기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지전능하신 주님의 힘을 굳게 믿으십시오.




인간관계에도 안전거리를!(김흥식)

대학 졸업반인 영철은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시험을 치르기 위해 대기실에 앉아 있었습니다. 면접이 시작되면서 앞에 있던 사람들이 한 명씩 면접실로 들어가자 대기실은 긴장감과 초조함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영철의 가슴은 두근거렸습니다. 자신의 말 몇 마디에 취업이 될 수도, 자칫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대기실을 둘러보는데, 영철의 눈에 청순한 얼굴의 여성 지원자 한 명이 들어왔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초조함과 긴장감으로 인해 더 이상 창백할 수 없을 정도로 하얗게 질려 있었고, 누군가 살짝이라도 건드리면 그녀의 눈에서는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아마도 난생 처음으로 면접을 치르는 것 같았습니다.

영철은 자신의 입장도 그녀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한두 번 경험이 있는 상태였기에 다가가서 많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해 주고 싶었습니다. 영철이 그녀에게 한 걸음 옮기려고 막 일어서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나지막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i ~ c8 열나 떨려!”

무의식중에 터져 나온 그녀의 한마디에 영철은 그녀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 버렸습니다. 청순하고 가련하게 생긴 여인에게서 풍기는 인상과는 전혀 다른 험악한 말이 튀어나온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갔다가는 곤란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영철은 그녀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면접을 치른 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전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뜻하지 않은 문제와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안전거리가 필요합니다. 그 거리는 서로를 신뢰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이고, 상대를 참아줄 수 있는 만큼의 거리입니다. 상대가 어떠한 요구를 해도 다 들어줄 수 있다면, 그 거리는 가깝게 유지해도 괜찮습니다. 그렇지만 가까이 할수록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내가 힘들지 않을 만큼의 거리, 부딪쳐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만큼의 거리, 속도를 줄이면 언제고 안전하게 멈출 수 있는 거리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인간관계의 안전거리입니다.
 
 
 
 
 
김광민 - 보내지 못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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