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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한 판관들-판관기56
작성자이광호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4 조회수322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상한 판관들-판관기56

 <생명의 말씀>
 그 뒤로 베들레헴 출신 입산이 이스라엘의 판관으로 있었다. 그에게는 아들과 딸이 각각 삼십 명 있었는데 딸들은 일가 아닌 사람들에게 시집보냈고 며느리 삼십 명도 일가 밖에서 맞아 들였다. 그는 칠 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리다가 죽어 베들레헴에 묻혔다. 그 뒤로 즈불룬 출신 엘론이 이스라엘의 판관이 되었다. 그는 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그는 죽어 즈불룬 땅에 있는 엘론에 묻혔다. 그 뒤로 비라돈 출신 힐렐의 아들 압돈이 이스라엘의 판관이 되었다. 그에게는 나귀를 타고 다니는 아들 사십 명과 손자 삼십 명이 있었다. 그는 팔 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그는 죽어 에브라임 산악지대에 있는 사알림 지방 비라돈에 묻혔다 (판관기 12:8-15)

<말씀의 길잡이와 실천>
 
판관들에 대한 일반적인 기록 형태는 '어떤 판관들은 어느 민족으로부터 이스라엘이 압제를 당하고 있을 때 어떻게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으며, 어떤 도움의 손길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을 그 압제로부터 해방시키고 그들을 다스렸고 그래서 몇 년 동안 이스라엘이 평화로웠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말씀에 나오는 입산이나 압돈의 경우에는 판관기 저자가 판관기의 일반적인 기록 형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입산의 경우, 다른 말은 없고 아들과 딸이 삼십 명이 있었는데, 딸들을 일가 아닌 사람에게 시집보냈고 며느리도 일가 밖에서 들여 왔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흥부전의 구약판 버전을 읽는 것도 아닌데 입산은 아들 딸이 60명입니다. 한 여자가 60명의 자식을 낳았을 리가 없으니 판관이라는 사람이 많은 수의 처첩을 거느렸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더 황당한 건 그 60명의 자식들을 일가 밖의 사람들과 혼인을 시켰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일가 밖이라는 것은 이스라엘  밖 그러니까 주변 이민족들과 혼인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가나안을 정복할 당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에게 주셨던 말씀을 완전히 망각한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뒤 압돈이라는 판관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도 아들만 40이고 또 손자가 40명이고 이 80명이 모두 나귀를 타고 다녔다고 판관기 저자는 기록하고 있습니다. 판관 입산과 마찬가지로 압돈도 무수한 처첩을 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손자 80명에게 나귀를 타고 다닐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하는데 이는 지금으로 말하면 통치자가 그 권력을 이용해 자식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한 대씩 선물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상한 판관입니다. 판관으로서의 행적은 없고 그의 수많은 자손들에게 어떻게 해 주었다는 내용밖에 기록할 것이 없는 그런 판관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기록이 죽었다는 내용입니다.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수행하지 못한 판관임에 틀림 없고 판관기 저자는 이 사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갑자기 판관기 내용이 좀 썰렁해지면서 '이 두 사람 판관 맞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일종의 우매한 민중들이 투표를 통해서 바보를 뽑은 것도 아닐텐데 당연히 하느님에 의해서 세워진 판관인데 그 행한 내용이 자식들을 어디에 시집보내고 나귀를 태웠다라는 것이 전부라는 사실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를 실망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사명을 받고 이스라엘 공동체 전체에 대한 책임을 다 해야 하는 지도자가 자기 지위를 이용해서 자기 가족과 자기 자식들만 잘 챙겼나 봅니다. 당시에 나귀 태워서 시집 장가 보내려면 돈도 무지하게 들었을 테고 아마 요사이 권력과 재력 있는 집안에서 결혼할 때 세력 과시용으로 비싼 자동차, 비싼 결혼식장에서 결혼을 시키는 것처럼 아마 그랬나 봅니다.

이마 입산과 압돈은 당시의 판관으로서 모든 것을 소유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또 이스라엘서 세력 있는 사람으로 매우 유명하다고 스스로 여겼을 것입니다. 또한 하느님이 세워주신 판관이니까 그리고 이렇게 잘 먹고 잘 사니까 스스로도 진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만족했겠지요. 자기 가족만 챙기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 가족과 명예와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오직 주님만을 위해서 산 신약의 바울로 사도와 이 두 사람을 비교해 볼까요. 바울로 사도는 그런 자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속이는 자 같으나 진실하고 이름 없는 자 같으나 유명하고 죽은 것 같으나 이렇게 살았습니다. .... 가난하지만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만들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린토2 6: 8-10)

그렇다면 이 판관 같지도 않은 판관은 어떨까요. 이렇지 않을까요?

"우리는 진실한 자 같으나 속이고 유명한 자 같으나 이름 없고 살아 있는 것 같으나 이렇게 죽어 있습니다. ....부유했지만 많은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고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자기와 자기 가족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은 그 사람이 살 당시에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하지만 결국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0년 전 바울로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으로 보였지만 2000년 후 지금 우리의 눈에는 확실히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산과 압돈과 같은 사람은 성경 저자가 기억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반면교사(反面敎師)적 가르침을 주기 위해 기록할 뿐입니다. 자기 삶을 마칠 때 하느님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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