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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7일 목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16 조회수750 추천수10 반대(0) 신고
 

1월 17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마르코 1장 40-45절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깨어진 세상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


   요즘, ‘세상이 험하다’ ‘사람들이 무섭다’ 말들이 많지만, 복지시설을 운영해보면, 꼭 그렇지만 않다는 것을 즉시 깨닫게 됩니다. 남몰래 선행을 실천하는 사람들, 소리 없이 조용히 왔다가는 사람들, 극구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돌아서서 뛰어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가끔 봉사자들을 위한 피정이나 교육을 준비하면서 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곤 합니다.


   이웃사랑의 실천, 그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봉사와 선행의 근본적인 동기가 무엇인가?


   혹시라도 세상 사람들의 우러러봄을 유도하기 위함은 아닌가요? 봉사 끝에 얻게 되는 자기만족은 아닌지요? 적절한 품위 유지를 위한 하나의 몸짓인가요? 아니면 사회적 변혁을 이끌어내기 위한 바람의 표현인가요? 이런 것들이 전부라면 그런 이웃사랑의 실천은 절대로 오래 지속될 수가 없습니다.


   이웃 사랑의 실천은 다른 무엇에 앞서 한 개인이 하느님을 추구하는 삶의 표현입니다. 자비의 구현은 신앙인으로서 지녀야 할 자연스런 존재방식입니다. 봉사활동은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십시오. 그분이 보여주고 계신 사랑의 실천, 자비의 표현은 절대로 유별나지 않습니다. 요란스럽지도 않습니다. 너무나도 자연스럽습니다. 그저 꼭 해야 될 일을 조용히 해내십니다.


   반면 당대 사이비 종교 지도자들을 보십시오. 환자 한 명 앞에 두고 뭔 사람들은 그리도 많이 끌어오는지? 준비물은 또 얼마나 많은지? 폼이란 폼은 있는 대로 다 잡습니다. 뭔 사설을 그리도 구구절절인지, 몇 시간이고 그렇게 푸닥거리를 해댑니다. 그 결과는? 증세가 더 악화될 뿐입니다.


   오늘 우리가 행하는 이웃 사랑의 실천을 한번 곰곰이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은 그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사실 우리가 이웃 사랑 실천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 불치병 환자들, 이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늘 그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늘 반복되는 가난과 불행, 거듭 되풀이되는 비참의 악순환 앞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들이 불행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더 나은 삶에로 나아가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꾸준히 행하는 사랑의 실천이 중요합니다. 가난하고 불행한 이웃들은 깨어진 세상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또 다른 얼굴임을 굳게 믿고, 한결 같은 마음으로 계속 사랑의 봉사를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자비심, 측은지심을 하느님으로부터 나누어받게 되면 새로운 삶의 방식이 우리 앞에 펼쳐집니다. 내 안에 내가 줄어듭니다. 내가 줄어든 그 자리에 하느님의 영이 자리 잡습니다. 그렇게 될 때 이웃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더 이상 연연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직 하나 하느님의 시선에 우선권을 둘 수 있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 그저 예수님 때문에 이웃 봉사에 전념하는 사람들, 세상 가장 밑바닥에 현존해계시는 하느님 때문에 진흙탕 같은 세상 밑바닥으로 기꺼이 내려가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토록 염원하던 하느님의 얼굴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자신들이 행하는 사랑의 실천 그 한 가운데서.


   이런 사람들에게 돌아가게 될 하느님의 선물은 마음 깊은 곳에서 샘솟는 기쁨이며 감사입니다. 진실한 사랑의 실천이 있는 곳에 참 기쁨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참 사랑의 실천, 그 한가운데 하느님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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