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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15) 골빈 여자 저기 또 있네.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23 조회수699 추천수7 반대(0) 신고
 

2003년12월23일 대림 제4주간 화요일  ㅡ말라기3,1-4.23-24;루가1,57-66ㅡ

 

 

  (15) 골빈 여자 저기 또 있네.

                          이순의

                      

ㅡ죄 있어도 돌을 던질 것이다.ㅡ

오셔야 할 주님을 기다리느라고 복음서들은 박진감 넘치는 생명력을 꾸준히 선포하고 계신다. 아버지 하느님께서 하시고자 하시는 일과, 그 뜻을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좌우충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이 이루어 지고야마는 기쁨과 환희들이 연속적으로 우리를 준비하게 하신다. 주님께서 오신다는데 나도 때 빼고 광을 내려고 오랜만에 공중목욕탕에 갔다.


자주 공중목욕탕에 가지 않고 집에서 샤워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목욕탕만 가면 나도 죄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돌을 던져 버리는 성미를 주체 하지 못 해서 의도적으로 피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제도 역시나 불상사는 발생을 했다.

 

나는 양쪽 귀를 수술을 한 탓에 청력이 몹시 양호하지 못 하다. 그래서 흥분을 하거나 주위가 산만하게 되면 상대편의 말을 집중해서 들을 수가 없게 된다. 내 목소리가 나의 인지 능력과 상관없이 크다 정도가 아닌 고성방가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 고성방가가 목욕탕 안의 울림통과 짝이 맞으면  (^-^) 상상을 불허하는, 한강 고수부지에 설치된 연예인 공연 스피커와 견줄 바가 아니다.

 

뿌연 안개 속을 뚫고 자리를 찾는데 온통 얼굴과 전신에 시꺼먼 칠을 한 괴물이 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들어가자 곧 바로 재수가 없게 되었다.

"움마 골이 텡 비어뿌린 여자가 쩌그 또 있네 잉! 오늘 목간 다 해 뿌렀네!"  그 여자가 저 정도로 둔갑을 하고 있을 때는 목욕탕에 온지 한 시간도 넘었을 것이다. 나는 그래도 어제만큼은 자제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예수님께서 오신다고 때 빼고 광내러 왔으니 참으려고 무척 노력을 했다.

 

깨끗한 물에 내 더러운 허물을 쓱쓱 밀어 흘려보내기도 황송하고, 비누칠 한번 해서 허연 거품이 맑은 수돗물을 잡아먹는 것도 면목이 없고, 나도 죄인인데 누구를 나무라겠는가? 예수님은 분명히 죄 없는 사람부터 돌을 던지라고 했는데 나도 죄인이면서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다짐 또 다짐하면서 마음을 다독이느라고 무척 노력을 했다. 그러는 동안에 여자는 거멍 칠에서 누렁 칠로 탈바가지를 바꿨는가 싶더니 농축 요구르트를 쳐 바르고 아까운 우유를 찌클고, 나는 알지도 못 하는 것을 또 발라서 번들번들 허고 온갖 짓거리는 혼자서 다 하고 자빠졌다.

 

나의 목욕이 거의 끝나가고 잘 참고 가겠다 싶어서 내 스스로 나를 가상히 여길 때쯤에 탕 안에 가득 든 물이 뽀골뽀골 거품물살을 일으키며 유혹을 했다. <저기에 몸뎅이나 쫌 담궜다 가면 개운 하것제!> 뽀골뽀골 뽀골이 위로 앉았다. 그런대로 안마효과가 기분이 좋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보드라운 물살 삼매경에 빠져들 때에 어께죽지에 뭐가 걸리적 거린다.

 

누가 이 자리에 앉고 싶은가 보다 싶어서 자리를 비켜주려고 눈을 떠 보니 이번에는 초록으로 탈바가지를 바꿔 쓰고 탕 턱에 걸터앉은 그 여자다. 질질 흘러서 탕 안에는 못 들어오고 시간은 보내야겠고 물은 그리운데 뿌릴 수는 없고 그러다보니 예쁘지도 않은 발가락을 내 어께죽지에 걸리적 거리면서 오직 자기의 신주단지 같은 마사지 생각만 하느라고 옆 사람에게 실례인지조차 가늠도 되지 않는 것이다.

 

"탕 안에 안 들어오실 거면 발을 좀 저쪽으로 해서 앉으시지요." 최대의 흥분을 자제하면서 말을 건넸다.

"저쪽은 거품이 안 나잖아요." 여자가 대꾸 했다.

나의 경험으로 보면 이런 사람들은 거의 자기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기 보다는 자기의 정당한 권리와 행위에 대해서만 더 앞서 나간다. 어제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서서히 목욕탕 울림통이 더 커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이런 싸가지 없는 머리통에 똥만 든 여자야 그 탈바가지 벗고 오면 내가 이 자리 비켜준단 말이야. 내 주둥아리 근처에 더러운 발을 삼가 하라고 했잖어? 못 들었어? 더 크게 말 해 줄까?" 드디어 시작이 되었다. 한강 고수부지의 마이크가 고장이 나지 않는 한 스피커는 멈추지 않는다.

 

“당신 같은 인간들 때문에 목욕탕 정책이 바뀌어야 해. 당신이 오늘 사용한 물을 걸러서 당신이 내일 먹고, 당신이 싼 오줌을 걸러서 모래 목욕하고, 그래야 해. 내가 사용한 물은 뜰채로 둥둥 뜬 때만 건지고 모래하고 숯하고 넣어서 비누기만 가셔서 내일 내가 먹고, 모래 내가 다시 목욕 하면 되는데, 당신 때문에 내 물까지 더러운 구정물이 되어서 먹을 수가 없게 되었으니, 당신이 가만히 자빠져 있어도 속이 뒤틀려 죽겠는데 어디서 더러운 발가락을 내 소중한 입님에다 들이 대는 거여. 그 탈바가지가 그렇게 중요허니까 뵈는 게 없고 예의도 없고 싸가지가 없지.”

 

이쯤 되면 목욕탕 안에서 관리하는 사람이나 때밀이 아줌마들이 끼어든다. 때 밀고 재료 사가는 돈벌이가 짭짤한 그 여자편이 되어서 나를 끄집어내려고 한다.  그렇다고 확성기가 고장이 나겠는가?! 스피커가 터지겠는가?!

 

“이 목욕탕 사장 오라고 해. 오늘 당장 이 목욕탕 문 닫아드리지. 환경오염으로 신고 해서 저 싸가지 없는 여자 때문에 영업을 못 하고 당장 쪽박을 차게 해 주지. 당장 사장 오라고 해. 이 목욕탕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이 많은 물을 저 여자 혼자 걸러내지도 못 하게 만들고 있잖어. 저 여자 탈바가지가 나들어 올 때 거멍 탈바가지 썼는데, 벌써 몇 벌을 바꾸었고, 또 앞으로 몇 벌을 바꿀지 모르는데, 거기다 싸가지 까지 없어서 남의 입에다 추접한 발가락까지 집어넣어? 나도 한두 가지 바르고 가는 사람들은 이해를 하는데, 때밀이 아줌마! 저 여자 때 민지가 언제야? 생각도 안나제? 시간이 너무 오래 되어서 생각도 안 날것이여. 그 동안 이 여자가 남의 여자들이 쓰고 간 물에 온갖 더러운 거 다 집어넣느라고 집에도 안 가고 자빠져 사는데, 그렇다고 죽어 뒤지면 썩어 문드러질 저 살뎅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미끄럽지도 않구먼! 미친 짓은 혼자 다 하네. 오늘 내가 목욕탕 문을 확실하게 닫아드리지.”

 

내가 지르는 고성방가 중에서 목욕탕 문을 닫는다는 말보다 더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말이 있다.

"오늘 당신이 사용한 그 물을 그대로 걸러서 내일 당신이 먹고, 내가 사용한 물은 걸러서 내가 먹자." 라는 말이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 하셨을 때 지구에 있었던 그 맑은 물은 어디로 갔을까? 달나라에 가면서 가져갔다가 실험용으로 유출된 몇 방울을 제외 하고는 완전하게 이 지구 안에 그대로 있다. 공룡의 오줌이 걸러져서 지금 내 피가 되었을 것이고, 또 내 때 국물이 걸러져서 훗날 어떤 소나무의 수액이 되기도 할 것이고, 우리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유하는 신비 속에 한 순간순간을 선택받은 소명으로 살고 있다.

 

때를 밀고 비누를 쓰는 나도 죄가 많아서 주님의 말씀처럼 돌을 던져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말씀에 잠시 의구심을 가졌을지라도 이웃과 친척들이 보는 앞에서 용기 있게 "아기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적은 즈가리아의 입술이 열려버린 은총처럼, 죄 있어도 돌을 던지는 나도 믿음과 용기를 얻고 싶다. 목욕탕에만 가면 벌거숭이 여인이 되어 종종 싸우고 돌아와 후회를 한다. 나도 죄인이면서 누구한테 돌을 던지는가? 그러나 죄 있어도 돌을 던지고 싶다.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육신의 때를 벗기러 갔다가 목구멍의 때까지 확실하게 벗기고 온 것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

 

 

ㅡ루가1,65-66ㅡ

모든 이웃 사람들은 무서운 생각 마져 들었다. 이 일은 유다 산골에 두루 퍼져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이것을 마음에 새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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