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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23일 야곱의 우물- 마르 3, 1-6 묵상/ 녹슨 분노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23 조회수423 추천수3 반대(0) 신고

녹슨 분노

그때에 예수님께서 다시 회당에 들어가셨는데, 그곳에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고발하려고, 그분께서 안식일에 그 사람을 고쳐주시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예수님께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일어나 가운데로 나와라.” 하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분께서는 노기를 띠시고 그들을 둘러보셨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완고한 것을 몹시 슬퍼하시면서 그 사람에게, “손을 뻗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가 손을 뻗자 그 손이 다시 성하여졌다. 바리사이들은 나가서 곧바로 헤로데 당원들과 더불어 예수님을 어떻게 없앨까 모의를 하였다.
(마르 3,1-­6)
 
김현숙 수녀(노틀담수녀회)
◆올해 우리 학교에 특수학급이 개설되어 여섯 명의 학생이 공부를 시작했다. 교사들과 모든 학생의 관심 속에 한 학기를 마쳐갈 무렵이었다. 특수반 학생 중 한 명이 ‘둘리’(만화 영화 주제곡) 노래만 들으면 화를 내고 공격성을 드러낸다는 것이었다. 이 노래 때문에 받은 상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소문을 듣고 호기심이 발동한 2학년 학생 두 명이 점심식사 시간에 그 친구 옆에 가서 둘리 노래를 반복해서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자 특수반 친구가 노래를 부르지 말라고 소리 지르며 발로 차고 때렸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둘리 노래를 불렀다는 학생들에게 전후 상황이나 변명을 들을 여지도 없이 화를 냈다. “너희들은 인간도 아니다. 도둑도 지나가다 넘어진 아이를 보면 일으켜 세워주는데 특수반 친구를 데리고 장난친 너희는 야단맞을 가치도 없는 인간이다.” 내가 그토록 크게 화를 낸 것을 처음 본 학생들은 놀란 나머지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화를 내고도 진정하지 못했다.
 
내가 어렸을 때, 병약한 오빠를 치료하기 위해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 도봉산 자락으로 이사한 적이 있었다. 이사 와서 얼마 안 되었을 때 동네 아이들이 텃세를 부리며 철길 밑 개울에서 오빠를 때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머니와 나는 한숨에 달려갔다. 남자 아이들 대여섯 명이 오빠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머니는 오빠를 감싸 안고 악동들을 설득시켰다. “아픈 아이란다. 건강한 아이라면 함께 싸우기도 하면서 놀겠지만 이 아이는 너희와 싸울 힘이 없는 아픈 아이란다.” 심술궂어 보이던 아이들은 어머니의 애조 띤 호소 때문인지 그 이후로 아픈 오빠에게 텃세를 하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오빠를 보호해 주기까지 했다. 그중에는 오빠가 하늘나라 간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어머니를 찾아오는 이가 있다.
 
하지만 그 시절 아무 힘이 없었던 어린 내 가슴에 새겨진 옹이가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에 대한 녹슨 분노가 침전되어 있다가 이 사건을 통해 가슴 밑바닥에서 용트림하듯 분출된 것 같다. 사노라면 누구나 오그라든 마음 한구석이 있을 텐데, 왜 받아주지 못했을까? 아픈 사람, 아픈 자식, 오그라든 손`…. 누구나 얽힘과 섞임 속에서 풀지 못해 굳은살이 되어버린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삐딱하게 튕겨져 버린 오그라진 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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