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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 흉내내기 <12회> 사람이 개보다 소중하다 -박용식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23 조회수612 추천수12 반대(0) 신고
 
 

사람이 개보다 소중하다


    2003년 12월 어느 날 KBS1TV에 '주주클럽'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내용이다. 한 아주머니가 버려진 개 140마리를 데려다가 안방과 부엌 등 모든 방을 개에게 내주고 자신은 구석방에서 지내느라 불편할 뿐만 아니라 개를 돌보느라 일정한 직업도 없어 경제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


   그 처지를 딱하게 여긴 연예인들이 바자회를 열어 성금 몇 백만 원을 전달했는데, 아주머니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개 먹이를 위한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그 아주머니가 불쌍해서가 아니라 개가 불쌍해서 눈물을 흘리고, 개 먹이를 해결해준 연예인들에게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모든 것은 소중하다. 그중에서도 생명이 있는 것이 더 소중하고, 인간의 생명은 훨씬 더 소중하다. 동물 천 마리의 생명보다, 만 마리의 생명보다 인간 한 명의 생명이 훨씬 소중한 것이다. 애완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차원에서 가치가 있다. 그러나 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똑같이 여겨서는 안 된다. 동물사랑이 인간 사랑과 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애완동물 중에서 개에 관련된 용품들이 너무 많다. 개 영양제, 개 패션, 개 미용실, 개 칫솔, 개 장난감, 개 이불, 개 발톱 깎기, 개 카페 등 개를 지나치게 우대하는 인상을 준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개의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개의 엄마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개를 출산할 때 자연분만 했는지, 아니면 제왕 절개해서 낳았는지···.


   사람의 가치는 떨어지고 강아지의 가치가 너무 올라가는 것 같아 눈살이 찌푸려진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지나치다. 아예 개가 상전인 사람, 개를 자식새끼처럼 아끼고 보살피는 사람, 개하고 뽀뽀를 하는 사람, 개하고 같이 먹는 사람, 같이 잠을 자는 사람, 개를 업고 다니거나 안고 다니는 사람, 가족보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 못해 서글퍼진다.


   개가 장난감이나 오락처럼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기능도 있고 다른 유익한 점도 있기 때문에 개를 기를 만한 값어치가 있다. 그러나 개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사람이 개를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람이 주인이고 사람이 우선이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서두에서 말한 TV방송에 나왔던 아주머니가 버려진 개를140마리나 보살피고 있는데, 버려진 사람은 몇 명이나 보살피고 있는지 묻고 싶다. 바자회를 열어 개의 사료 값을 기증한 연예인들이 불우한 사람을 위해서도 바자회를 열어 바자회를 열어 밥값을 기증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버려진 개가 불쌍하다고 눈물 흘리고 질병을 앓고 있는 개를 보고 가슴 아파하고 개와 헤어지면서 섭섭해 하는 마음을 인간에 대한 사랑의 마음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두 가지는 가치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우선순위로 보나 비교해서는 안 될 만큼 완전히 달라야 한다. 개와 사람을 비교한다는 자체가 너무 슬프다.


   늙으신 부모는 모시기 싫고 돌보기 싫다고 내팽개치다시피 무관심하면서 개한테는 지극정성인 사람들, 이웃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단돈 몇 천 원을 아까워하면서 개를 위해서는 수십만 원도 아끼지 않는 사람들, 늙으신 어른들을 미장원에 한 번 모시지 않으면서 개는 미용실에 데려가서 온갖 치장을 해주는 사람들, 늙고 병든 환자들의 발 한 번 씻겨주지 않으면서 개에게는 온 몸을 씻겨주는 사람들, 외롭고 쓸쓸하게 사는 병든 노인들의 손톱 발톱은 깎아드리지 않으면서 개한테는 손톱 발톱 깎아주고 다듬어 주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왕 개소리로 시작했으니 우스갯소리 하나 하겠다. 개를 데리고 다니지 말자. 개를 데리고 다니면 기껏해야 '개보다 나은' 사람 밖에 안 된다. 개를 앞세우고 개 뒤에 따라가면 '개보다 못한' 사람이고, 개를 옆에 두고 나란히 가면 '개 같은' 사람이며, 개를 뒤에 따라오게 하면 '개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


   '개만도 못한 사람' 이라는 말을 한다. 은혜도 모르고 배은망덕 하거나 천륜을 어기는 파렴치범을 보고 우리는 개만도 못하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지은 범죄의 행동이 개보다 못하다는 것이지 그 사람 자체가 개보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개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한 존재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어떤 피조물과도 비교되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이다. 사람이라면 잘났건 못났건, 죄가 있건 없건, 장애자건 무능한 사람이건 상관없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무한한 가치가 있고 존중받고 사랑받으며 인덩받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점점 무시당하고 개는 점점 존중되는 것 같아 불쾌하다.


   개를 포함한 이 세상 모든 동식물과 자연은 사람을 위해서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것이다. 사람의 편리를 위해 동식물을 제품의 재료로 이용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양식으로 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서 개를 희생시킬 수는 있다. 임상 실험용으로 쥐를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을 위해서 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를 위해서 사람이 이용되거나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개보다 소중하다. 이것이 하느님의 창조섭리요 자연의 섭리다.


   애들이 강아지를 좋아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개보다는 사람을 더 좋아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개를 사랑하는 것보다 사람을 더 사랑해야 된다고 일러주어야 한다. 늙고 병들었다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면서 개한테는 지극 정성을 쏟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르쳐주어야 한다. 개는 아무리 뛰어나도 개일 뿐이다. 사람은 아무리 쓸모없어도 사람이다. 사람이 개보다 소중하고 아름답다. 사람만이 하느님의 모상을 닮았고 사람만이 그리스도의 구원의 대상이며 사람만이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다.


     사람이 개보다 소중하다.

 

                 - 박용식 신부 수필집 / 예수님 흉내내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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