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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31일 목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 양승국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1-31 조회수922 추천수14 반대(0) 신고
 

1월 31일 목요일 성 요한 보스코 사제 기념일 - 마르코4,21-25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 ”


<어둔 거리 비추는 작은 등불처럼>


   아이들과 목청 터져라 즐겨 부르는 18번 생활성가가 한 곡 있습니다. 하도 많이 부르다보니 기억력이 나쁜 저까지도 그 가사를 다 외울 정도입니다.


   김태진 신부님의 곡 ‘하늘의 태양은 못 되더라도’입니다. 가사 말이 참으로 예쁩니다.


“어둔 거리 비추는 작은 등불처럼


내 주위의 사람에게 빛을 줄 수 있다면


나의 한 평생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나의 사랑으로 빛을 줄 수 있다면(...)


하늘에 태양은 못 되도 밤하늘 달은 못 되도


주위를 환하게 비춰주는 작은 등불되리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등불에 관련된 말씀을 하십니다.


   “누가 등불을 가져다가 함지 속이나 침상 밑에 놓겠느냐? 등경 위에 놓지 않느냐?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누구든지 들을 귀가 있거든 들어라.”



   등불, 요즘 우리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추억속의 물건이 되었지만, 등불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따뜻했던 지난 시절을 떠오르게 합니다. 다시금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힘을 주는 물건입니다.


   오늘 이 시대, 어둔 거리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된다는 것,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제가 만난 많은 아이들, 환한 대낮의 밝은 거리보다는 약간은 음침하고, 약간은 퀴퀴한 어둔 거리를 선호하더군요. 당당하게 대로를 활보하기보다는 뒷골목으로 숨어듭니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를 어둠의 세계로 몰고 갑니다. 자신을 어둠의 세력에 속박시킵니다.


   영화를 보여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미 넘치는 가족영화나 감동적이거나 서정적인 영화를 보여주면 다들 괴로워합니다. 폭력이 난무하고, 적어도 100명 이상 죽어나가는 영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화는 이게 ‘웬 떡이냐’며 화면 앞으로 바짝 다가갑니다.


   이런 아이들을 가끔씩 정돈되고, 포근하고, 밝은 분위기로 끌고 나오면 엄청 어색해합니다.


   이런 상황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밝고, 건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보다는 어둡고, 폭력적이고,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이런 분위기 앞에서 작은 등불로 선다는 것,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아 보여 무의미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상식이 무너지는 상황 앞에서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걸고, ‘그건 아닙니다. 이렇게 합시다’ 라고 말했을 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합니까?


   “너나 잘하세요!”


   등불로 서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모진 박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손가락질도 견뎌내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꿋꿋이 나는 주님께서 제시한 이길, 내가 기꺼이 선택한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간다는 의연함이 필요합니다.


   어둔 거리의 등불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점점 무너져만 가는 상식과 도리의 선을 다시금 회복하자는 눈물어린 예언자적 호소입니다.


   극단적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주의에서 탈피하자는, 그래서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는 외로운 부르짖음입니다.


   등불이 어둔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활활 타오르기 위해서는 넉넉한 기름이 가장 기본입니다.


   넉넉한 기름이란 바로 활발한 성령의 현존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흘러넘치는 자비입니다. 이웃을 향한 우리의 연민의 마음입니다.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 잡아보겠다는 우리의 적극적인 의지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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