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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4일 연중 제4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04 조회수578 추천수12 반대(0) 신고

                   2월 4일 연중 제4주간 월요일-마르코 5장 1-20절

           

                            “더러운 영아,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마지막까지 기다리십시오>


여러분들 혹시라도 마귀 들렸거나 그 비슷한 사람과 대면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언젠가 잠시 외국에 있을 때, 한 성지에서 사목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당시 그곳 담당 신부님께서 구마의 은사를 받으신 분이셨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도움을 받으러 찾아왔습니다.


신부님께서 가끔 자리를 비우실 때, ‘손님’들이 찾아오곤 했는데, 그때는 제가 대신해서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고, 이야기를 들어 드려야했었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구마’ 그것 아무나 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그 사람들 마주하고 있으면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빨리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만 간절해집니다.


우선 바깥으로 드러나는 그 모습에 기가 질립니다. 눈빛이며, 분위기며, 말투며, 언행이며, 마주 앉아있으면 소름이 다 끼칩니다. 머리카락이 자동으로 일어섭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 사람들 바라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측은한지 모릅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됩니다.


팔이나 다리를 다치면 우선 고통스럽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지 않습니까? 수술을 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원상복귀 됩니다. 다른 질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마귀 들린 것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 보고 있으면 도대체 언제까지 저렇게 살아야 되나?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생각에 깝깝하기만 합니다.


이분들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오늘 복음에 잘 설명되고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 특징이 너무나 기괴하고 특별한 모습이어서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그를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람도 인간세상에서 살 수가 없어 무덤가에서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무덤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제 그의 목숨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살아있지만 목숨만 붙어있다 뿐이지 죽은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힘이 엄청나게 세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사람도 힘이 얼마나 세던지 괴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두려워서 발에 족쇄를 채우고 온몸에 쇠사슬을 칭칭 둘렀지만, 그때 마다 족족 부수어버렸습니다. 거의 헐크 수준이었습니다.


세 번째 특징, 자기 안에 내가 아닌 또 다른 존재가 들어있다는 특별한 상황이 너무나 괴로웠기에 입에서는 자동으로 괴성을 흘러나왔습니다. 밤낮으로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고통스러웠기에, 죽고 싶은 마음에 자해행위를 했습니다. 돌로 제 머리를 치곤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누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겠습니까? 누가 그와 상종하려고 하겠습니까?


이렇게 악령의 괴롭힘으로 인해 죽음 직전까지 갔던 그가 오늘 은혜롭게도 예수님과의 극적인 만남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마귀로부터 해방되는 은총을 입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악령 들린 사람을 보십니다. 그의 고통스러웠던 지난 세월을 바라보십니다. 악령으로 인해 초죽음상태인 그의 가련한 영혼을 눈여겨보십니다.


그가 비록 약령에 걸려 짐승처럼 살아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하느님 창조의 손길이 닿은 고귀한 인간이기에, 그 안에 들어있는 마지막 가능성에 불을 지피십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를 다시 한 번 복원시켜주십니다.


오늘 예수님의 구마 기적을 바라보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아무리 비참하게 살아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아무리 부족해도 희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견뎌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까지 기다려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보시고, 우리에게 다가오실 것입니다. 우리를 해방시켜 주실 것입니다.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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