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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 1주일 / 조재형가브리엘 신부님
작성자신희상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10 조회수733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순 제 1주일
조재형가브리엘 시흥5동성당 주임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에는 설날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향을 찾아 가셨고, 가고 오는 길이 힘들고 고되었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이 좋아서, 조상들께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는 것이 좋아서 그 먼 길을 다녀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눈길에 위험하기도 하고, 마치 거북이가 걸어가는 것처럼 느린 차량행렬이지만 그래도 설을 지내려고 고향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는 지난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고 수난에 동참하고자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순 제 1주일입니다.
 
지난번 30일 피정 지도를 마치면서 신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어보았습니다. 모두들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30일 동안 이곳에서 매일 기도하고 다시는 죄를 짓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는데 다시 바깥 세상에 나가면 굳은 결심이 흔들리고 죄를 지을 것 같아 두렵습니다.’ 30일 피정을 하면서 신학생들은 하느님의 사랑을 온 몸으로 느끼고 체험을 합니다.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배반하고 죄를 지어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했음을 깊이 뉘우치고 죄를 성찰하고 난 후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였습니다. 나를 위해 하느님의 아들이 이 세상에 오셨고, 나를 위해 수난 당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던 예수님의 사랑에 동참하려했으며 이제 주님을 위해서라면 세상의 부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멀리하고 주님을 위해서 비천하게 되고 조롱받고 멸시 받는 것 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결심이 세상에 나가서도 계속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피정을 하는 동안에는 하루에 5번씩 기도를 하고, 다른 모든 것과는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런 결심을 하였지만 피정을 마치고 바깥세상으로 나가면 자신들의 의지로는 극복하기 힘든 유혹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의 세력은 우리의 나약한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언제 외로워하고, 우리가 언제 탐욕 때문에 시기 때문에 원망과 분노 때문에 하느님과 멀어지기 쉬운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악의 세력은 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유혹한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다음에 하지!’입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음에 하지’라는 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지 모릅니다. 부부 싸움을 한 후에 퇴근해서 먼저 미안해라고 말하기로 했는데 막상 집에 와서는 그 말을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한마디 했으면 쉽게 풀릴 냉랭한 분위기는 그 한마디 말을 못하고 다음에 하자고 마음을 먹으면서 1주일 1달을 가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습관을 고치겠다고 하지만 ‘다음에 하지’라는 이 유혹 때문에 3살 버릇 80까지 가기도 합니다. 아직 기회가 있다고, 아직 시간이 있다고 그래서 다음에 하자고 미루는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기도 하고, 하늘로 가는 기차는 떠나기도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도 다 그러는데!’입니다. 예전에 광화문에서 종로 경찰서 쪽으로 가는데 빨간불에 앞의 차가 멈추지 않고 가기에 저도 따라 간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앞의 차는 잡지 않고 제 차만 잡더군요. 그래서 왜 앞의 차는 잡지 않고 제 차만 잡느냐고 하니까 경찰이 이렇게 이야기 하더군요. ‘제 맘입니다. 면허증 주세요.’ 아무 말도 못하고 범칙금을 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 세상 사람들도 다 그렇게 적당히 법을 어기고, 양심을 속이고,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니까 나도 그래도 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정말 우리가 닮아야 하는 분이 있다면 하느님을 위해 희생하고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들을 닮아야 할 것입니다. 이웃을 위해서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는 사람, 10년 째 몸져 누워있는 아내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남편,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성당의 화장실을 깨끗하게 치우고 성체조배를 하고 가는 형제를 닮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따르고 닮아야 하는 분은 예수 그리스도여야 하겠습니다.
 
세 번째는 ‘나는 안 돼!’입니다. 베드로 사도도 예수님을 세 번이나 배반했습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는 절망을 버렸고 희망을 가졌기 때문에 회개 할 수 있었고, 다시금 주님의 커다란 사랑을 받아 교회의 큰 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희망을 버렸고 절망을 가졌기 때문에 구원의 빛을 볼 수 없었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악의 세력은 ‘나는 안 돼!’라는 유혹으로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합니다. 자녀를 키울 때도 그렇습니다. ‘너는 안 돼!’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움츠러들며 패배의식을 갖고 성장합니다. 그러나 ‘너는 잘 할 수 있어, 잘 될 거야’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실패와 좌절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것을 봅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 악의 세력은 뱀의 모양으로 우리에게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에게 했던 것처럼 돌을 빵으로 만들라고 하지도 않고, 높은 곳에서 뛰어 내려 보라고 하지도 않고, 온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유혹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악의 유혹은 아담의 때에도, 예수님이 계시던 그 광야에서도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악마는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예수님의 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유혹에 빠져 죄를 지은 우리를 위해서 주님께서 오셨다는 것을 믿고, 주님께서 바로 그런 우리를 위해서 수난 고통을 받았음을 생각하며 주님께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 앞에 유혹이 있다면 지금 당장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르며 비록 죄 중에 있지만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생각하며 희망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잠시 묵상하겠습니다.
 
 

출처;야후블로그<저달은 내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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