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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떠나라, 그리고 돌아오라 - 류해욱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1 조회수447 추천수5 반대(0) 신고
 

떠나라, 그리고 돌아오라




   어느 분이 제게 노래를 하나 보내 주었는데, “어디까지 갔느냐, 무엇을 보았느냐, 무얼 생각하느냐?” 등의 가사를 들으며 제가 이번 중국 여행에서 떠올랐던 생각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히터가 나간 추운 호텔방에서 떨면서 [연금술사]로 유명한 남미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 떠올라 혼자 고소를 지었답니다.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떠나라! 그리고 고향의 아가씨들이 가장 예쁘며 고향 산천의 풍치가 가장 아름다우며 그대의 집 안방이 가장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 돌아오라!"


   194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난 코엘료는 1954년부터 리오 데 자네이로에 있는 예수회 학교에 다녔습니다. 그가 예수회 신부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가 작가의 꿈을 꾸게 되고 작품 안에 신비와 영적인 메시지를 담게 되는 것도 예수회 교육의 영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작가가 되길 바랐는데 그의 부모는 과학자나 장인이 되기를 바랐지요. 따라서 그와 부모 사이에서 심한 갈등이 일어났고, 본래 순종하던 그가 강하게 자기들에게 반항하자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부모는 그를 정신병이 걸린 것으로 여겨 몇 차례에 걸쳐 정신병원에 입원시킵니다.


   그는 1960년대 가수이자 작곡가 라울 세이삭스에게 노래가사를 써 준 적이 있는데 우연히 그 노래가 히트하면서 60여곡의 가사를 써 주게 됩니다. 1973년 라울과 함께 'Kring-ha'라는 만화잡지를 창간하기도 했는데, 군사정부가 이 만화를 정부 전복적이라고 보고 그를 수감하고 고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던 사실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이전 정신 병력을 바탕으로 군사정부에게 자신이 미쳤음을 믿게 하여 풀려납니다.


   1973년 감옥에서 나온 후 오래 지나지 않아서 자신을 박해한 조국을 등지고 런던으로 떠나갔지만 다시 조국 브라질로 돌아와 1987년 첫 소설 [순례자 (Pilgrimage: Diary of a Magus)]를 발표했고,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연금술사]를 출간하여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그 해 문학이라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셈이지요. [연금술사]는 120여 개 국에서 출간되고, 4300만 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기게 되었으니까요.


   어느 평론가의 평에 의하면, 그가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그의 특유의 신비주의와 영적인 메시지를 쉽고 간결하게 풀어낸 작품세계에 기반한 것이라고 하며, 영혼과 육체, 성과 속, 선과 악, 사랑의 문제를 재미있고 간명하게 풀어나가고 있는 그는 금세기의 가장 탁월한 작가라고 합니다.


    [연금술사]는 많은 분들이 읽어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주 간단히 소개합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양치기였던 산티아고입니다. 산티아고는 살렘의 왕 멜키세덱을 만나 이집트로 떠나라는 말을 듣게 되고 ‘자아의 신화’를 찾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게 되지요. 성서에 나오는 살렘의 왕 멜키세덱. 그가 산티아고에게 해 준 말이 압권이고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산티아고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양을 팔고 이집트로 향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는 아프리카에서 사기꾼을 만나 자신의 여행경비를 모조리 도둑맞게 되는 낭패를 당하고 순간 좌절하지만, 곧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 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


   모든 상황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달라지지요. 저의 형제 가족들이 비행기가 뜨지 못하여 발이 묶여 추운 호텔방에서 2박 3일을 지내야 했던 것은 분명 날씨의 피해자일 수 있지만 덕분에 형제들이 같이 시간을 보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또 함께 풀라라는 카드놀이도 즐겼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요. 저는 풀라 게임을 처음 배웠는데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하하.


   산티아고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계속 이집트의 피라미드로 향해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피라미드에 도착하게 되지요. 이것이 작가 코엘료가 보여주는 우리들이 추구하는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여정의 길이지요.


   우리도 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스승 멜키세덱이 들려 준 말을 새기며 길을 떠나고 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체험한 연 후,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될 때는 “고향이 가장 아름답고 편안한 곳”이라는 작은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류해욱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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