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생태계 복원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들
작성자지요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1 조회수455 추천수4 반대(0) 신고
                                   생태계 복원을 앞당기기 위한 노력들





지난해 12월 7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해변 기름제거작업, '기름과의 전쟁'을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재난 초기 무려 30∼40Cm 두께로 밀려들어온 기름을 양동이를 동원하여 퍼낸 것이 1단계 작업이었고, 갯바위들과 제방이며 조약돌들에 묻은 기름을 걸레로 닦아내는 것이 2단계 작업이었다. 그리고 제방의 돌 틈이나 갯바위 구석구석, 갯바닥 모래 속으로 깊이 스며든 기름을 색출해내는 것은 3단계 작업이다.  

지금은 3단계 작업이 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3단계 작업과 함께 2단계 작업도 부분적으로 병행되고 있다. 
  

▲ 제방 닦기 작업 / 계속되는 수많은 반복 작업으로 제방의 돌들은 차츰 원래의 빛을 찾아간다. 하지만 돌 틈 깊숙이 잠입한 기름을 제거하는데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 지요하  기름 제거


3단계 작업에는 포크레인과 고압세척기 등의 장비가 동원된다. 장비가 우선적으로 동원되더라도, 갯바닥 속의 기름색출 작업에는 여전히 '인해전술'이 필요하다. 갯바닥 작업의 경우 장비들과 수많은 인력이 함께 하는 모습은 매우 조화롭고도 입체적이다.

포크레인이 갯바위 지역에서 하는 일은 갯바위들을 부수며 길을 만드는 작업이다. 고압세척기를 진입시키기 위한 길인데, 그 길을 따라 인력도 쉽게 이동을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갯바위 지역의 원래의 모습을 우리 스스로 파괴해야 하는 아픔이 따른다.

갯바닥에서 실시되는 3단계 작업 모습은, 생태계 복원을 앞당기기 위한 작업임을 더욱 실감시켜 준다. 우선 포크레인이 갯바닥을 대략 1m 깊이로 파서 일정한 길이의 도랑을 만든다. 그리고 고압세척기로 위쪽 도랑 옆의 갯바닥에 강력한 물을 쏘아댄다. 호스 끝을 갯바닥 속에 쑤셔 박기도 한다. 갯바닥 속으로 계속 투입되는 물은 곧 도랑물이 된다.

그 도랑물에서는 땅속에서 색출된 기름이 육안으로 확연히 보인다. 갯바닥 속으로 강력하게 투입되는 물에 의해 땅속의 기름이 쫓겨 나오기도 하고, 파헤쳐진 도랑 자체에서 기름이 분리되어 흐르기도 한다.  

도랑의 양옆으로 나란히 촘촘히 늘어선 인력은 저마다 도랑물에 흡착포를 던진다. 금세 누렇게 기름을 먹은 흡착포를 건져내고 다시 투입하는 일을 계속 반복한다. 그리고 그 부분의 땅속 기름 색출 작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포크레인은 자리를 이동하여 또 하나의 도랑을 만든다.

▲ 3단계 작업 모습 / 갯바닥 속으로 잠입한 기름을 색출해내는 3단계 작업 모습은 한결 입체적인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 지요하  기름 제거

그렇게 땅속 깊이 잠입한 기름을 색출해내는 작업을 지켜보노라면 야릇한 감동을 얻게 된다. 땅을 파면 계속 기름이 나오고, 어제 팠던 곳을 오늘 다시 파면 또 기름이 나오는 현상이 조금은 맥빠지게 하면서 서글픔도 안겨 주지만, 그것은 또 다른 전의(戰意)를 갖게 만든다.

그런 색출 작업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 땐가는 해결이 되리라는 생각도 들고, 생태계 복원이 훨씬 앞당겨지리라는 확신도 갖게 된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해변의 표면에 노출된 기름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름, 땅속 깊이 잠입해 있거나 돌 틈과 갯바위 구석구석에 은거하고 있는 기름까지 속속들이 색출해내기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생태계 복원을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현재의 천주교 전담 구역인 소원면 모항2리의 한 해변으로 '삼성'의 작업 인력이 이동해 왔다. 삼성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연일 대규모 인원을 그곳에 투입하고 있다. 그들은 우선 치밀한 사전 교육에 의해 작업 방식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갖가지 작업 장비 일체를 자체 조달하고, 포크레인과 고압세척기들도 동반한다. 포크레인을 헬기로 공중 이동시키기도 한다.                

당연한 것이지만 삼성 인력의 작업 모습에는 정성이 엿보인다. 정말 열과 성을 다한다. 그런 방제작업 인력의 모습처럼 삼성 수뇌부가 피해 보상 문제에도 열과 성을 다하고 적극성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거기에서 묘한 언밸런스 같은 것을 느끼게도 되고, 그게 삼성의 '양면 작전'의 한 형태는 아닐까 하는 의문도 갖게 된다.

그리고 삼성 인력의 작업 모습을 보노라면 '현대' 쪽으로도 시선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이 환경재난에는 현대 쪽의 책임도 없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법규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서 '현대오일'이 이중선체가 아닌 외겹 구조의 유조선을 이용한 것이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기업의 이미지와 도의적 측면으로는 큰 문제성을 지니고 있음이 명확하다. 그런 만큼 현대도 지속적으로 인력을 동원하여 방제작업을 벌여야 한다.

▲ 생태계 복원 확신 / 갯바닥 속의 기름을 색출해 내는 3단계 작업은 생태계 조기 회복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갖게 한다.  
ⓒ 지요하  기름 제거
  

지난 13일 천주교 전담 구역 해변에서는 특이한 일이 하나 있었다. 작업 장소를 옮기게 된 삼성 인력이 천주교 전담 구역내의 건너편 방파제 쪽에 자리를 잡으려 했다가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로 철수를 한 것이다.

충돌 가능성을 예견한 군청 현장 책임자가 그들을 안전지역인 천주교 캠프 쪽으로 이동시켜 무마가 되었는데,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삼성'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멀미가 난다는 주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삼성 인력의 방제작업마저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삼성 인력이 방제작업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이런저런 애로들을 통해서도 삼성 수뇌부는 피해 주민들의 심정과 고통을 깊이 헤아리면서, 보상 문제에 정직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21일치 충남 태안의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2.21 11:48 ⓒ 2008 OhmyNews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