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2월 23일 사순 제2주간 토요일 / 모범생이 안고 있는 문제는...
작성자오상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3 조회수453 추천수8 반대(0) 신고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모범생이 되도록 길들여져 왔다.
공부 잘하고 말 잘들으면 모범생이요 늘 칭찬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일미사 꼬박꼬박 잘 다니고
각종 전례와 기도생활에 충실하고
봉사와 애덕활동에 충실하면 모범생이다.

나 또한 언제나 모범생으로 살아왔기에
오늘 복음의 탕아는 나에게 별로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그 돌아온 작은 아들을 환대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아버지와 달리
투덜되는 큰 아들이 바로 내 모습이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나는 주님께서 부르실 때
기꺼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하고 따랐고
성직자의 길, 수도자의 길을 따랐고
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나름대로 예수님의 제자로, 프란치스코의 제자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나보다 충실한 모범생이 아니라고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사람이
나보다 더 큰 주님의 은혜를 누리는 것을 보게 되면
크게 기뻐해야 할터인데
실제로는 기쁨보다는 허탈감이 더할 때도 있단 말이다.

가끔 교우들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평생 열심히 주님을 섬겨왔는데
나에게는 왜 이리도 복이 없냐고...
하느님도 너무 하시는게 아니냐고...

그렇게 열심히 주님을 섬기지 않은듯이 보이는 사람들은
잘먹고 잘사는 것같고
자식들도 잘되는 것같고
장수와 부를 누리는 듯이 보이는데,
나는 뭐 하나 잘 되는 것이 없고
남들로부터 인정과 칭찬도 못받는 것 같고
자식들도 그렇고
부부사이도 그렇고
이제 몹쓸 병마저 들어서...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될 때도 많다.
하느님께서 당신을 섬기는 충실도에 따라
세상 복도 그렇게 공평하게 내려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바로 충실한 모범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사실 충실한 모범생들은
이미 하느님의 것이 유산으로 상속되어 있기에
그 누구보다도 큰 축복을 따 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보다는 자그만한 현실적 축복을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절대로 불공평하시지 않다.
그분은 사실 더 큰 축복을 미리 약속해 두고 계시기에
현실적인 축복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복음의 큰 아들처럼 불평불만을 하게 된다.

나는 이미 받을 복을 다 받았다.
그분께서는 나에게 최고의 유산을 남겨주셨다.
더이상 욕심낼게 무엇 있으랴?

아직 그 유산을 받지 못한 사람이
현세의 작은 복을 누리는 것마저
시기질투한다면 나는 너무도 욕심쟁이가 아닌가 말이다.

한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유산을 남겼는데
큰 아들에게는 싯가 수백억짜리 큰 땅을 남겨주었고
작은 아들에게는 현금 1억원을 주었다고 한다면
큰 아들은 작은 아들이 현금 1억원을 받는다고 시기질투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지금
나는 모범생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하리라.

현실화되지 않은
미래의 그 엄청난 축복을 믿지 못하면
우리는 늘 현세적인 사람이 되고 만다.
우리가 모범생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현세의 축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단지 현세의 축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성당에 나갈 필요도 이유도 없으며
세속적인 가치와 명예를 추구하는데만 전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 크리스천은
현실을 살되
보장된 미래를 유산으로 갖고 살아갈 뿐이다.
바로 천상본향, 하느님 나라가 내 것이다!!!

더이상 뭘 바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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