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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말 한마디를 아꼈더니 .................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작성자심한선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7 조회수610 추천수5 반대(0) 신고


폴란드 소금광산의 소금으로 만든 투명십자가.
소금 덩어리에 구멍을 뚫고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연결했다.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성경 말씀을 전하는 듯하다.
 
 



어제는 옆 본당에서 구반장 교육 강의를 하고 왔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올해는 이상하게도 특강 부탁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곧바로 다이어리를 펼쳐서 올해 강의할 숫자를 살펴보니 앞으로도 15번이나 해야 하네요. 1년이 365일인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많지 않다고도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앞으로 10달밖에 남지 않은 것을 기억할 때, 한 달에 1번 이상의 특강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솔직히 제 자신을 스스로 살펴봐도 형편없는 저에게 부탁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기 힘듭니다. 말도 잘 못하고, 내용이 그리 좋은 것 같지도 않은데도 저를 초대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그렇다면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특강을 부탁하면 거절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뻔뻔해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제가 한 말 때문입니다. 교구청 홍보실에서 근무할 때, 가장 힘든 일이 원고 부탁이었습니다. 원고 좀 제발 써달라고 해도 거절 받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때 저는 다짐했습니다. 나한테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내게 원고를 부탁하면 무조건 써주고 강의부탁을 해도 무조건 하겠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다짐을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짐을 지켜나가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남에게 무엇인가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내가 얻는 것이 더욱 더 많다는 것입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묵상도 많이 하게 되고, 또한 책도 많이 보게 됩니다. 이 과정 안에서 조금씩 성장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남을 위해 다짐을 세운 것이 결국은 나를 위한 다짐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지요.

어쩌면 남을 위한 사랑이란 것도 이런 것이 아닐까요? 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풀고 나누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것 같지요.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아닙니다. 물질적인 손해를 아주 조금 볼 수는 있겠지만,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마음으로 커다란 선물을 받게 됩니다. 바로 기쁨, 평화, 행복 등의 선물을 마음으로 받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율법과 예언서에 나오는 계명들을 철저히 지키고 가르치라고 명하시지요. 아무리 작은 계명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지키고 실천할 때, 하느님의 큰 선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처럼 형식주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즉, 그 안에 담겨 있는 사랑의 실천이 아니라 율법 그 자체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사랑에 반대되는 이기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작은 계명이라도 사랑을 위해서 철저히 지키려는 모습들. 이 모습이 바로 율법이나 예언서를 완성하러 오신 예수님의 뜻에 일치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오늘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미소를 던져 봅시다.




말 한마디를 아꼈더니(이문희, ‘행복한 동행’ 중에서)

몇 해 전 우연한 기회로 ‘말의 달인’이라 불리던 유명 인사를 돕게 됐습니다. 저 역시 말로는 빠지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그분에게 제대로 된 말솜씨를 배워 볼 욕심에 밀려드는 일거리를 신나게 해치웠지요.

하지만 막상 그분은 얼마나 말을 아끼던지 하루에 몇 마디 듣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던지신 그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어찌나 가슴에 구구절절 와 닿던지, 지금도 고스란히 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말의 달인’의 비법 몇 가지를 소개해 볼게요. 직접 대놓고 하기 곤란한 말은 에둘러 말하며 끝을 적당히 얼버무려 듣는 이가 알아서 판단하게 하는 겁니다. 또한 꾸중을 하고 싶을 때는 들릴 듯 말 듯 작게 응얼거리는데, 그 말은 가슴에 깊이 와 닿아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 줍니다. 단, 칭찬만은 아주 큰 소리로 끝을 정확하게 맺어 줍니다. 달인의 비법은 바로 말을 아끼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도 누구를 원망하는 법 없이 모든 걸 ‘당신 탓’으로 돌리는 그분의 모습을 보며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 왔지만 제 인생에 이런 고마운 분을 만나게 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입니다. 이제는 내가 말을 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잘 들어 주고, 반응도 심심찮게 보여 주며, 반박을 하고 싶을 땐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참았더니 그 누구와의 대화도 즐겁기만 합니다. 말 한마디를 아꼈더니 어디서나 호감을 사게 됐고, 좋은 일이 자꾸 생겨 즐거운 비명이 멈추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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