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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펌 - (37) 당신이 아니면!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2-28 조회수479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4년1월14일 연중 제1주간 수요일 ㅡ사무엘 상3,1-10.19-20;마르코1,29-39ㅡ

 

   (37) 당신이 아니면!

                    이순의

             


 ㅡ고마워ㅡ

여자들 인생이라는 것이 처녀 때는 날씬날씬 멋쟁이에 호호 아가씨에 탄력 있는 살결의 보드라움, 거기다 언제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자존심까지 높아지는 삶이다. 그런데 나이가 차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집살이 눈치에 관록이 쌓이고, 살림살이 맛들이면 붙는 것은 군살이요, 느는 것은 주름살이며 꺾이는 것은 자존심뿐이다.

 

사노라면 이빨에 고춧가루 끼어 있어도 서방님 앞에서 웃어 보일 날이 있고, 김치냄새 풀풀 나는 손으로 서방님 얼굴 쓰다듬는 때도 있고, 자식새끼들이 입다가  버리기에 아까운 늘어진 옷을 걸치고 다니기도 하고, 한 푼 돈을 아낀다고 구멍 난 빤스를 입었다가 서방님한테 뒤지게 혼나고 야속해서 눈물 흐르는 게 하루 이틀이겠는가!

 

먹던 약이 떨어졌다.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약을 사지 않고 참아 버렸다. 겨울에는 특별한 벌이도 없는데 아이 학원비에 생활비는 그대로 지출되고, 뭐 여러 가지로 나가는 돈은 많은데 비싼 약까지 먹자니 서방님 몰래 병원에 가는 걸 쉬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숨이 가빠오고 가래가 끓기 시작하고 잠들기가 어려워지며 병세가 약하게 돌출되기 시작 했다.

 

그게 여자다.

 

며칠 전에 신문에서 보았다. 빚을 갚으라고 보험을 넣어 놓고 남편에게 자기를 교통사고로 죽여서 아이들이랑 잘 살라고 했다는 여자! 가족이 편하다면 죽음조차 무모 해지는 여자!

 

지방에 갔던 짝꿍이 왔다. 그리고 당장에 끌려서 병원에 갔다.

"자네는 양약을 그렇게 먹고도 약발이 안서니까 한약으로 기침을 잡았으면 한의사 선생님께서 그만 오라고 할 때까지 가야지. 살줄만 알고 뒤질 줄은 모르는 여편네야"

속 쓰리게 아까운 거금을 주고 약을 지었다.

 

오랜만에 나타난 내게 한의사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아주머니! 돈이 안 되면 외상을 드리니까 벌어서 갚으시고, 아주머니 같으신 분은 저에게 진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가 하고 싶지 않을 때까지 주셔야 합니다. 그래 주실 수 있으십니까?"

참으로 부드럽게 치료를 요청하시는 한의사 선생님께 "예"라고 답을 하며 진료를 받았다.

 

서방님의 손을 잡고 쫄래쫄래 집으로 돌아오면서 눈물 나게 고마웠다. 세상의 모든 여자가 나처럼 아프지 않아도 잘도 살아간다. 나 보다 더 힘들고 불쌍하게 사는 사람들도 진짜로 많다. 그래도 짝꿍이라서 나에게 명령 할 수 있는 것이다. 약값을 벌어서 주는 데에 대한 남편의 잘난 척이다.

 

"고맙고 미안해! 사는 것도 어려운데 도움은 못 되고......."라고 짝꿍에게 감사를 전했다.

"아니네. 모두가 나 따라 사느라고 얻은 화병인디 내가 죄인이네. 다 나 살라고 하는 짓이여. 자네 죽고 없으면 내 신세가 어찌 되겠는가? 우리 아들도 더 키워야 하고! 어머니도 살아계시고! 할 일이 좀 많은가! 자네가 버텨 주니까 내가 헤쳐 온 세상인디 내가 미안허네. 호강도 못 시켜주고......."

 

이것이 호강이다. 정말 힘들게 살아 온 인생이고 또 힘들게 살아가야 할 길이 훤히 보이지만 참고 견딤에 대한 따스운 한마디가 있고 나에게 항상 겸손한 짝꿍이 있어서 호강인 것이다. 나를 따라서 아버지 하느님을 선택했기 때문에 결코 외면 할 수 없었던 내 짝꿍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작은 감사를 맛이나 볼 수 있었겠는가?

 

내일이 더 힘들지라도 참고 살아가야 할 의미가 짝꿍에게 있는 것이다. 그것이 하느님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고 내 짝꿍에게 주신 치료약인 것이다.

 

ㅡ때마침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었는데 사람들이 그 사정을 예수께 알렸다. 예수께서 그 부인 곁으로 가서 손을 잡아 일으키시자 열이 내리고 부인은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마르코1,30-31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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