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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2일 사순 제4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02 조회수763 추천수9 반대(0) 신고

 

3월 2일  사순 제4주일 - 요한 9,1-41


예수님께서는 땅에 침을 뱉고 그것으로 진흙을 개어 그 사람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어라.” 하고 그에게 이르셨다.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오늘 복음에 소개되고 있는 치유과정에서 보여주신 예수님의 행동은 꽤 색다른 것이어서 의구심을 품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땅에 침을 뱉습니다. 진흙으로 갭니다. 그 지저분한 것을 눈 먼 사람의 눈에 바릅니다.


눈먼 사람이나 그 부모 입장에서 보면 꽤 불쾌할 수도 있었겠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쌈박하게 그냥 고쳐주면 어디 덧나나? 그도 아니라면 깨끗한 물이나 기름으로 눈을 닦아주면서 치유시켜주면 좀 좋을까? 그렇게 하면 모양새도 좋을 텐데, 왜 하필 침이냐구? 더럽게 침을 흙에 개어서 눈에 바르느냐 말야?’


눈먼 사람 입장에서도 난감했을 것입니다.


침에 갠 진흙을 눈에 바르니, 얼마나 느낌이 답답했을까요? 눈도 따가웠을 것입니다.


‘도대체 뭘 하시려고 그러시나? 내 눈 가지고 장난이라도 치려고 그러시나?’


그렇게라도 하고 즉시 눈이 떠졌으면 아무 군소리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람 난감하게 해놓고 그게 다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시는 말씀은 눈먼 사람의 속을 더 긁어놓았습니다.


“실로암 연못으로 가서 씻어라.”

 

그간의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치유과정을 보면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습니다. 때로 사람들은 예수님의 옷깃만 만져도 병이 낫곤 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한 마디로 즉석에서 오그라든 손이 펴지곤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잡으면 죽었던 사람이 일어서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여간 복잡하지 않습니다. 지저분하게 침으로 갠 흙을 바르셨습니다. 그것뿐만 아닙니다. 근처 아무 연못이나 찾아가서 씻으라는 것이 아니라 굳이 실로암 연못을 찾아가라고 하십니다.


어떤 사람은 이럴 경우 자존심 ‘팍’ 상해서, ‘이게 도대체 뭐야?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 거야 뭐야?’라고 소리 지를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눈 먼 사람은 예수님의 치유과정에 군소리 한 마디 하지 않습니다. 능동적이고 협조적입니다. 그 결과 눈을 뜨게 되는 은총을 입습니다.


오늘 눈먼 사람이 겪은 축복의 기적, 그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침과 진흙으로 제조하신 ‘기적의 고약’ 때문일까요?


결코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비위생적인 고약으로 인해 병이 더 악화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침과 진흙으로 만든 고약’을 바르는 행위는 구약시대 예언자들이 자주 사용하던 상징적 행의였습니다.


예수님의 이 행위가 상징하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요?


여러 해석들이 있었습니다. ‘인간의 재창조’, ‘말씀의 강생’, ‘인간의 자연생활에 대한 은총의 주입’과도 같은 해석.


여기 더 설득력 있는 해석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 그래도 보이지 않는 눈에 진흙을 바름으로서 그 눈을 더 확실하게 막아버리셨다는 것입니다.


결국 눈에 진흙을 바른 것은 다른 생각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아무 것도 바라보지 말고, 두 눈을 꼭 감은 채로 예수님 자신만을 따르라는 초청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전적인 믿음, 예수님께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 예수님 외 부차적인 것에 대한 철저한 차단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21번/ 한많은 슬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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