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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 저는 믿습니다.” - 2008.3.2 사순 제4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03-02 조회수443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3.2 사순 제4주일                          
사무 상16,1ㄱㄹㅁㅂ.6-7.10-1ㄴ. 에페5,8-14 요한9,1-41

                                                   
 
 
 
 “주님, 저는 믿습니다.”
 


오늘 사순 제4주일, 아침기도 즈카리야 후렴이 참 흥겨웠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 이외에는
  맹인의 눈을 뜨게 해줄 이가 아무도 없도다.”

세상 그 누구도 아닌,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만이 우리 마음의 눈을 뜨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마음의 눈이 열릴 때
우리 삶의 놀라운 신비가, 삶의 본질이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우리 삶의 본질은 슬픔이 아닌 기쁨이요,
허무가 아니라 하느님 사랑의 충만 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절망의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희망의 태양
그리스도를 품고 사는 우리들이듯,
주님의 수난 사순시기에도 주님 부활의 기쁨을 앞당겨 사는 우리들입니다.


마음의 눈으로 보도록 하십시오.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의 눈에만 보입니다.
어찌 보면 우리 삶의 여정은 끊임없이 마음의 눈이 열려가는, 밝아져 가는
개안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게 내적성장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과연 여러분의 ‘마음의 눈’의 시력은 어느 정도입니까?

몸은 날로 쇠락해가고 육안은 날로 어두워져도
마음의 눈은 날로 밝아져야 합니다.

마음의 눈이 좋아야 맑은 창을 통해 푸른 하늘을 보듯
마음의 눈을 통해 사랑의 하느님을 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바로 마음 깨끗한, 마음의 눈이 밝은 자들만이 하느님을 볼 수 있다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밝아지는 마음의 눈입니다.
 
주님의 은총이 아니었더라면,
사무엘의 눈을 열어주신 하느님이 없었더라면
사무엘 예언자는 큰 실수를 할 뻔했습니다.
“겉모습이나 키 큰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이미 그를 배척하였다.
  나는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우리 역시 주님께서 도와주시어 마음의 눈 활짝 열려야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음의 눈 열릴 때 비로소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숙명주의의 인생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입니다.
 
바로 이게 구원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려운 일이나 불행이 닥치면
본능적으로 인과응보의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내가 죄가 커서 겪는 불행으로, 즉 하느님의 벌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은총과 자비의 하느님이지 결코 인과응보 심판의 하느님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가 평범하지만 감동적입니다.

‘그때에 주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보셨다.’

맹인의 주님과의 운명적인 축복의 만남입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참 기구한 운명의 맹인입니다.
그 누군가를 많이도 원망 했을 것입니다.

다음 제자들의 물음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묻는 물음입니다.

“스승님 누가 죄를 지었기에 저이가 눈먼 사람으로 태어났습니까?
  저 사람입니까, 그의 부모입니까?”

주님의 대답이 우리의 인과응보의 관념에서,
사주팔자 체념적 운명론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합니다.

“저 사람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 부모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전화위복이란 말도 있고,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습니다.

무엇이 잘되고 잘 못 된 일인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느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십니다.
우리의 죄나 약점도 하나 버리지 않고 성숙과 성장의 계기로 활용하십니다.
 
알게 모르게 최선 최상의 길로 우리를 인도해주시는
자비하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개안의 깨달음,
순전히 하느님의 선물이요,
이런 깨달음이 우리를 참으로 자유롭게 합니다.
 
감사하며 기쁘게 살게 합니다.
 
하느님은 절대로 무자비한 심판을 하지 않습니다.
 
결코 인과응보의 하느님이 아니십니다.
심판이 있다면 그건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가 자초한 화입니다.

“나는 이 세상을 심판하러 왔다.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고, 보는 이들은 눈먼 자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

보지 못하는 겸손한 이들은 보게 하시고,
본다고 거들먹거리는 교만한 자들을 눈먼 자가 되게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겸손과 교만의 결단으로 심판을 자초하는 것이지
하느님의 일방적인 심판이 아닙니다.
 
자기의 죄나 약점에 절망하지 않고
부단히 하느님을 향하는 자에게
축복의 구원과 더불어 마음의 눈을 열어주시는 주님이십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십시오.

여러분이 한 때는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주님을 벗어나면 어둠이지만 주님 안에 있으면 빛입니다.
 
눈 감으면 캄캄한 어둠이고 눈 뜨면 환한 대낮이듯,
마음의 눈 열리면 온통 주님의 빛 안에서의 삶입니다.
 
빛 안에 살면서도 마음의 눈 닫혀 암흑을 살고 있다면 너무 억울한 인생입니다.
주님의 말씀 그대로 우리의 고백으로 삼아도 은혜롭습니다.
 
사실 주님도 그걸 바라십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일을 우리는 낮 동안에 해야 한다.
  이제 밤이 올 터인데 그때에는 아무도 일하지 못한다.
  내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 세상의 빛이다.”

세상의 빛이신 주님 계시기에 살 맛 나는 세상입니다.
 
우리 역시 주님의 빛을 반사하는 세상의 빛으로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우뢰와 같은 말씀입니다.

 "잠자는 사람아 깨어나라.
  죽은 이들 가운데서 일어나라.
  그리스도께서 너를 비추어 주시리라."

죽으면 하느님 찬미도 감사도 없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합니다.
 
그러나 우리 인생 무한하지 않습니다.
낮이 지나면 어김없이 밤이 오듯이,
삶이 끝나면 어김없이 죽음이 옵니다.
 
아까운 인생, 죽음의 밤이 오기 전에
예수님처럼 우리를 보내신 분의 일을 삶의 낮 동안 해야 합니다.
 
말 그대로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겁니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그러니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지 가려내십시오.
이런 분별의 지혜는 마음의 눈 활짝 열려있을 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주님을 믿으십시오.

개안의 여정은 동시에 믿음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믿음이 마음의 눈을 밝게 해주고 운명을 바꿉니다.
 
갈망의 사람인 오늘 복음의 태생 맹인,
개안의 여정은 그대로 믿음의 여정임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을 소개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눈을 뜨게 되었소?”
“예수님이라는 분이 진흙을 개어 내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어라.’하고 나에게 이르셨습니다.”

‘예수라는 그분이’ 라는 말을 보아 그가 믿음의 초보 단계임을 보여 줍니다.
아직도 마음의 눈은 밝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는 믿음으로 순종하여 실로암 못에 가서 씻었고 보게 되었습니다.
 
다음 두 번째 문답입니다.
“그가 당신 눈을 뜨게 해 주었는데, 당신은 그를 어떻게 생각하오?”
“그분은 예언자이십니다.”
예수라는 분’에서 ‘예언자’로 격상 됩니다.
맹인의 믿음의 눈이 밝아 졌음을 뜻합니다.
 
 마침내 다음 문답에서 맹인의 믿음은 절정에 이르고
마음의 눈은 활짝 열림을 봅니다.

“너는 사람의 아들을 믿느냐?”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물음입니다.
역시 맹인은 물론 주님을 믿고 싶은 우리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그분이 누구십니까? 제가 그분을 믿을 수 있도록 말씀해 주십시오.”

이 미사를 통한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감격스런 말씀입니다.

“너는 이미 그를 보았다. 너와 말하는 사람이 바로 그다.”

매일 미사를 통해 뵙는 주님이요,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바로 그분 주님이십니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예수라는 분에서 예언자로,
그리고 마침내 믿음의 눈, 마음의 눈이 활짝 열려 주님으로 고백합니다.
 
그러나 단번에 마음의 눈이 열리고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평생과정입니다.
 
이래서 믿음과 개안의 인생여정에 끊임없는 기도와 말씀공부의 실천은 필수입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의 기도와 주님의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마음의 눈은 활짝 열려
빛의 자녀 되어 주님께 믿음을 고백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 저는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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