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정체성을 두고 유다인들과 논전을 벌이신다.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계셨다고 말씀하시자 그들은 돌을 들어 예수님을 치려고 하였다. 유다인들의 반응을 너무도 잘 알고 계시면서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용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구원의 진리에 대한 확신은 예수님을 모든 것에서 자유롭게 해주었다. 예수께서는 지금 당신의 죽음 너머에 계신다.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이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에 대한 신념이 확실하다면 바로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렇다. 예수께서는 분명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 곧 진리를 증언하고 계신다. 온갖 박해와 수치·모욕·극도의 고통과 죽음보다 더 중요한 것, 영원한 진리를 지금 말씀하신다.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8,51), 곧 영원을 산다는 것은 지상의 모든 것을 초월한 최고의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삶, 그 가치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며 필요하다면 죽음도 불사하는 삶을 말한다.
10여 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을 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분을 만난 적이 있다. 날마다 출근해서 아침기도와 묵주기도를 바쳤다는 그 자매는 붕괴된 건물 속에 갇혔을 때 조용히 묵주기도를 바치며 성모님의 망토 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대로 죽으면 주님을 뵈올 것이니 감사한 일이요, 만일 살아난다면 자식들을 볼 것이니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라며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살아났으니 남은 생명은 오직 주님을 위해 봉사할 거라고 했다. 죽음의 위기에서 그 한계를 넘어서는 자유야말로 하느님의 영원성을 증거하는 것이리라.
세상의 평가와 이목과 자애심을 초월해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가치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적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진짜 하느님을 섬기는 진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오늘도 세상은 진통을 겪고 있다.
서효경 수녀(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도회)
하늘로 부터 키 재기 -신상옥
세우려 한다 세우려 한다
한없이 세우려 한다
오르려 한다 오르려 한다
한없이 오르려 한다
재려 한다 재려 한다
한없이 재려 한다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한없이 세우고 한없이 오르고
한없이 재려 한다
누가 더 높이 쌓았는지
누가 더 높이 올랐는지
한없이 쌓고 오르고 재려 한다
사람은 땅에 사는 동물
사람은 땅으로부터 높이를 재는 동물이다
보이는 것의 기준은 땅이기에
허나 보이지 않는 게 있다
사람들은 그를 하느님이라 불렀다
하느님은 하늘에 사시는 분
하느님은 하늘로부터 높이를 재는 분이시다
오늘에야 사람들은 불현듯
하늘로부터 키재는 법을 알았다
하늘로부터 키재기를 시작한다
난쟁이의 키가 커져 보인다
바벨탑은 낮아지고
난장이의 키는 커졌다.
내리고프다
무너뜨리고프다
오, 캐노시스!
갑자기 비가 내리고
세상이 바로 보인다.
글: 민성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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