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며칠 동안 고속도로 휴게소나 명승지에서 사제나 수도자를 만날 확률이 높다. 언제부터 시작된 전통인지는 모르지만 부활 대축일 다음 날 많은 성당에서 엠마오를 떠나기 때문이다. 사순절 기간 내내 그리고 부활 대축일을 지내기 위해 함께 고생한 이들과 부활의 기쁨을 나누기 위함일 것이다.
일에서 해방되어 좀 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전례를 치르느라고 그야말로 초죽음이 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다시 말해 자신의 부활을 만끽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훌쩍 어딘가로 떠나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회포를 풀며 참다운 파스카를 만끽한다. 여인들을 통해 예수님의 말씀(10절)을 전해 들은 제자들이 갈릴래아로 돌아가는 길목인 엠마오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기 때문에 붙여진 엠마오라는 행사는 다분히 복음적 착상에서 생겨난 것이다.
무덤에 묻혀 있을 예수님을 만나러 간 여인들에게 예수님은 “갈릴래아로 가면 나를 만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갈릴래아는 어떤 곳인가? 그곳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만날 때까지 생업에 종사하며 살던 곳이요, 예수님을 처음으로 만난 곳이다. 처음 본 예수님의 말씀에 두 말 없이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의 제자로 나섰던 곳이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실의에 잠긴 제자들에게 갈릴래아는 새롭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새롭게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곳이다.
부활한 예수님은 더 이상 십자가 위에 계시지 않는다. 우리 삶의 현장 깊숙한 곳으로 다가오셨다. 갈릴래아는 우리 삶의 현장이다. 유원지나 놀이가 있는 즐거운 곳이 아니라 생명력 넘치는 삶의 현장인 것이다.
엠마오라는 행사는 우리 신앙의 첫 시작점을 돌아보고 하느님께 향한 첫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참된 부활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훈 신부(원주교구 살레시오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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