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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진묵상 - 출연료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02 조회수530 추천수5 반대(0) 신고
 
 
    사진묵상 - 출연료
                    이순의
 
 
혼자서 
자가 탁발을 하던 일을 
이제는 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어려서는 모든 엄마들이 자가 탁발을 하는 줄 알았던 아들이
가슴아파해서 그만 두었고
여름 더위에 
모자 속에서 땀에 절은 머리카락을 다듬을 시간이 없어서
산골 미용실에서 손질하다보니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서울 와서도 자가 탁발이 싫었더라.
미용실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데
아빠 손을 잡고
어린 친구가 왔다.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던지......
부산하게 소란을 피우지도 않고
비비꼬느라고 혼란스럽지도 않고
아빠 옆에 앉아서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제가 양보할께요. 아이 뒷모습 좀 찍을께요. 초상권에 해롭지 않게 할께요.>
아빠가 빙그레 웃으셨다.
 
 
 
그래서 차례 양보하고 얻은 뒷모습이다.
잘생긴!
 
내 유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돌아오는 모습이다.
시골 고향마을에는 미장원이 없었다.
이발소만 있었다.
이발소 문을 열면
찬 비누거품 냄새가 인사를 하고
마을 아저씨들이 긴 나무의자에 앉아
잡담을 하시던!
어린 꼬맹이 여자아이는
그저 구석에 앉아
멀거니 처다 본다.
어른 남자들의 뒤통수에서
가위가 입질을 하느라고 
하염없이 하염없이
헤엄을 치던!
싸각싸각 소리를 내며
거품물고 밀려난 수염들과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는 지루함은
다 어데로 가고
지금
내 정수리에
허연 파뿌리 이고 앉아
어린 꼬맹이 그 아이를 떠올리는가?!
 
 
 
 
 
다듬은 친구의 모습이 깎아놓은 밤 같다.
정말 잘생긴!
 
깍은 저 뒷머리가
시원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어린 고사리 손으로 쓸어
올려보며
집에 갔었지.
 
<아이고 우리딸, 개안허다. 진작에 개안허게 치고 댕길 것을 뭣이 아깝다고 치렁기리고 댕겠디야? 개안허게 처뿌린게 우리 딸이 미스 코리아 보다 더 이쁘네.>
 
후후!
저 친구 엄마도 그렇게 말해 주었을 것이다.
어린친구에게 자리 양보하고 얻은 필름치고
너무나 소중하고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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