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간 여름 캠프에서 인상적이었던 프로그램은 진흙 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몸에 진흙이 묻는 것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학생들이 진행자가 하라는 대로 움직이면서 점점 많은 진흙이 묻자 더 이상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자기보다 진흙이 덜 묻은 친구에게 달려가 진흙을 바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범하는 죄의 문제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양심의 소리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지만 한번 죄에 빠지면 점점 자신을 더럽히게 되고 나중에는 다른 사람까지 같은 상황에 빠뜨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참으로 깊이 묵상해 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에도 이처럼 악이 깃들 때가 있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악을 저지르는 이는 빛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고 점점 어둠으로 파고듭니다. 때로는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우리가 자주 바치는 기도 가운데 ‘주님의 기도’에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어둠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이 기도문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유혹과 악이 얼마나 많은지, 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대변해 줍니다.
우리는 늘 자신에 대해 성찰해야 합니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 말씀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성사생활과 애덕의 실천을 통해 망설이지 않고 본래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지금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여러 가지 유혹과 악을 내버려두지 말고 물리쳐야 합니다.
우리는 몸에 티끌이나 지저분한 것이 묻으면 털거나 깨끗하게 씻습니다. 그러나 마음과 영혼에 묻어 있는 여러 가지 지저분한 것에 대해서는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것을 씻어내는 길은 바로 깊은 성찰과 성사생활에 참여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은 우리의 시선이 주님께 머물도록 도와줄 것이고, 우리는 복음 말씀처럼 진리의 빛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김우정 신부(수원교구 매교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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