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성당에 다니면서 들은 말 중에 가장 무서운 말은 ‘지옥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심판을 두려워하고, 하느님을 우리 죄를 낱낱이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가서 그것에 대해 책임을 물으시는 무서운 분으로 생각합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신앙을 ‘벌 받지 않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신앙에 대해 소극적이고, 해야 할 의무만 행하는 것으로 축소하기도 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 당신이 오신 이유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벌하는 분’으로 생각하지만, 당신의 말씀처럼 그분은 심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구원하러 오셨으며 아버지의 마음 또한 모든 이가 구원에 이르는 것임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분은 ‘심판하고 벌하는 분’이 아니라 ‘생명을 주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용서에 머물지 않고 더 사랑하시고, 우리가 죄를 범해도 다시 돌아올 것을 믿고 기다려 주십니다. 우리는 성사 안에서 또 여러 경험을 통해 그분이 우리를 받아들이고 용서하시는 분임을 알고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벗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는 당신 말씀대로 친구이자 형제인 우리를 위해 스스로를 생명의 빵으로 내어 주셨습니다. 그분은 당신을 박해하는 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하지 않고 사랑을 베푸셨고, 마지막까지 용서하셨습니다.
우리도 여러 관계 안에서 수많은 갈등과 미움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미워하지 않는 것’에 그치고 맙니다. 이럴 때 우리는 진정한 관계의 회복이 아니라 상처 받지 않는 선에만 머물게 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모두를 다시 살리고자 당신 자신을 생명의 빵으로 내어 주십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용서를 받고 사랑을 입은 우리 역시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내어 주어야 합니다. 미워하지 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품에 안는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우정 신부(수원교구 매교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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