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류해욱신부님의 나눔 묵상]새인가, 얼음인가, 아니면 물인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10 조회수499 추천수6 반대(0) 신고
 
 
 

새인가, 얼음인가, 아니면 물인가?


   어제 불교 방송에서 어느 노스님이 하신 말씀이 제게 울림을 주었기 때문에 그 말씀을 두고 제 나름대로 묵상해 보았습니다. 그 스님 말씀이 얼음으로 만든 새를 놓고 사람들은 그 새가 아름답다든가, 멋있다든가, 날개가 잘못 되었다든가, 다른 작품보다 못하다든가, 비교하니까 거기서 시비가 생기고 다툼이 생긴다고 하면서 물음을 던지셨습니다.


   “그것이 새인가, 얼음인가, 아니면 물인가?”


   그것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우리 마음이,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보이는 형상에 집착하지만 실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 사랑, 그것이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구하려고 할 때, 없는 것을 구하니 불만이 생기고 그 불만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 스님은 우리가 무엇을 구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셨는데, 성서에서 예수님은 “구하라, 그러면 받으리라.”하셨지요. 하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구하라는 의미도 집착이 아니라 하느님께 의탁하라는 뜻이지요. 하느님께 맡겨드리면 그분이 알아서 해 주시리라는 말씀이지요. 사실 깊이 보면 같은 말씀인데 표현 방식이 참 다르지요. 저도 그리스도인이라서 관점과 표현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그 스님 말씀에 다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스님 말씀의 요지를 제 나름대로 이해하여 우리 존재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들었습니다.


   우리가 누구입니까? 얼음으로 만든 새를 보고 우리가 “아, 새가 멋있다.” 라고 말하지만 가 실은 새가 아니고 다만 얼음이고, 그 얼음도 실은 물인데 다만 온도 때문에 형상이 달라진 것이듯이 우리도 여러 모습을 지니고 있지만 그 근원을 바라보면 다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지음 받은 존재, 바로 사랑이지요.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말의 의미가 눈, 코, 입 등의 겉으로 드러난 모습이 아니라 하느님의 본질적인 존재, 자체 바로 사랑이라는 뜻이니까 우리도 모두 사랑입니다. 그런데 사랑이 여러 모습을 지니게 될 때, 마치 새가 물이 아닌 것처럼 보이듯이 우리도 전혀 사랑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모두가 그 본래의 하느님의 모상, 사랑의 모습만 지니고 있으면 얼마나 재미없는 세상이겠습니까? 하하.


   성냄도 미움도, 다툼도 다 벗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안 되는 것이 우리 인간 세상사 아니겠습니까? 그 스님 말씀대로 본래 없는 것이니까 아무 것도 구하지 말고 물처럼 살면 좋겠지만, 그것은 아무래도 득도하신 스님 말씀이고 우리는 지지고 볶고 시비하면서 살게 마련이지요.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래도 그 스님 말씀 중에서 제 마음에 새겨두고 싶은 것은 우리 마음 안의 불만을 버리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우리 삶에서 불만이 없을 수 없는데 그것을 오래 마음 안에 두지 말고 버리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불만이 결국 마음의 병이 되고 실제 몸의 병도 되니까요.


   어떤 부인이 몸이 아파서 의사를 찾아갔답니다. 그 의사는 명의였고, 검진을 해 본 결과 그 사람이 다만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았지요. 말하자면, 그 사람의 병은 삶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마음속의 미움, 분노, 좌절감, 슬픔, 불만 등에서 온 것이었지요. 의사는 그 사람의 마음의 치료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의사는 그 사람을 자기의 진료실에 딸린 약방에 데려가서 빈 병으로 가득 찬 선반을 보여 주며 말했답니다.


   “부인, 여기 속이 비어 있는 빈 병들이 보입니까? 조금씩 다르게 생겼지만 다 유리로 만든 병이지요. 중요한 것은 다 비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이 병에 사람 하나쯤은 죽일 수 있는 독약을 넣을 수 있습니다. 다른 병에는 두통을 사라지게 하는 양약을 넣을 수도 있습니다. 이 병에 무엇을 채우는가는 저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 의사가 말을 이었답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매일 매일은 여기 있는 빈 병들과 같습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불만, 질투, 미움, 좌절, 불만이라는 독약으로 채울 수도 있고, 친절, 온유, 기쁨, 사랑이라는 양약으로 채울 수도 있습니다. 부인의 병에서 미움, 원망, 슬픔을 버리고 희망과 사랑으로 채우신다면 지금 앓고 있는 병은 깨끗이 나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겠지요. 지금 내가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의사가, 아니 이 글을 쓰는 제가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하실 분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각자마다 겪고 있는 고통이나 슬픔이나 불행, 불만이 왜 없겠습니까? 인생이 그렇게 쉽게 약병처럼 병에 있는 것을 버리고 다른 것으로 채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우리네 삶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 인생이 참 길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우리 인생이라는 병에 미움, 질투, 좌절, 슬픔, 불만으로 채우고 고통스러워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까워요. 하루하루가 화살처럼 지나가고 있어요. 분명 엊그제 앞산이 눈이 쌓여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꽃이 피었어요. 아, 이제 일어나 산들이 뿜어내는 봄의 향기를 맡으러 나가야겠어요.

 

- 예수회 류해욱 신부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