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적인 ‘앎’이라는 주제를 놓고 강의를 하면서 성서모임 수강생에게 하느님께서 자신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시고(마태 10,30),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다 알고 계신다면(시편 139)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물었다. 즉각적인 반응이 “아이고, 두려워요!”였고, 심지어는 “무서워요!”라고도 했다. 좀 더 숙고해 본 사람은 “나의 모든 것을 아시는 분이 계셔서 큰 힘과 위로가 돼요.”라는 응답을 했다. 나에게도 두 가지 생각이 오락가락했던 체험이 있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매년 8일 피정을 하는데, 그때마다 마음에 새겨주시는 주님 체험이 다르다. 지난해 피정에서는 특별히 시편 139편을 온 마음으로 고백하도록 이끄셨다. 처음에는 두려웠으나 피정을 마무리하면서 한 구절 한 구절 마음과 혼을 다해 읊을 수 있는 열매를 주셨고, 여기에서 크나큰 위로와 사랑을 확인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부인했던 베드로의 고백을 들으신다. “주님,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아십니다.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는 알고 계십니다.”(요한 21,15) 베드로는 일찍이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착한 목자의 비유가 어떤 의미인지를 그제야 깨달았을 것이다. 양들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의 수난과 죽음을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놀라우신 신비는 죽음보다 강한 사랑을 드러내 주시며 부활로 목숨을 다시 얻는 것을 보여주셨다(17절).
착한 목자는 양들을 잘 안다. 이 앎은 아버지와 아들의 완전한 일치처럼 깊은 사랑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주님께서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 하시고,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고 계신다.
김연희 수녀(예수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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