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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의 말씀이 자라다니....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8-04-16 조회수1,678 추천수10 반대(0) 신고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면서 널리 퍼져 나갔다."(사도 12,24 )

 

요즈음은 예비신자들에게 성경필사를 숙제로 내주는 교회가 많다.

6개월간의 교리 과정 중에 예수님의 복음을 직접 쓰면서

그리스도의 삶과 메시지를 찬찬히 알도록 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성경필사 숙제를 다 해오시는 신자들은 많지 않다.

숙제를 안한다고 해서 세례를 주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30명이 한반인 교리반 중에 매번 적어도 대여섯명은 나온다.

지난해엔 열명 정도가 써와서 그분들에게 일일이 정성스러운 축복의 말을 적어드렸다.

꼭 맞지는 않겠지만 대개 글씨와 어떤식으로 썼는가 하는 구성 양태를 보면

그분의 성격을 알 수 있고, 그동안의 삶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그것을 보고 생각나는 성경말씀을 하나 적어드리고

거기에 맞는 축원의 글을 적게 된다.

어떤 이는 대여섯 줄이 될 때도 있고, 어떤 이는 노트 반쪽에 가까운 글을 적어드리게도 된다.

 

성명과 얼굴이 다 연결되는 것은 아니고, 6개월간 일주에 한번씩은 보았지만

그렇다고 개인적인 사정을 잘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저 기도하면서 내 직관대로 느낀 것을 적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다.

어떤 분은 어떻게 자기에게 그렇게 딱 알맞는 글귀를 주셨냐고 감탄을 하신다.

 

선교분과의 봉사자분들이 일일이 내가 쓴 글을 다 뒤져보았는데

어떻게 사람마다 다 다른 것을 써주셨냐고 혀를 찬다.

글쎄, 나도 모른다. ㅎㅎ

먼저 쓴 글을 읽어보고 기도한 후, 생각나는 대로 쓴 것인데 저절로 다 다른 말이 생각난다.

또 다 똑같은 말을 써주면 의례적이라 생각되어 

그분들도 의례적으로 읽을 것 같아, 한사람 한사람 다 다르게 쓰는 것이다. 

 

만일 그분들이 영세때 필사노트를 간직한다면, 교리 시간을 추억할 때마다

혹시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노트 뒤에 교리교사가 정성스럽게 자신을 위해 기도하며

써주었던 성경말씀을 기억해내고 다시 첫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면, 이 작은 작업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그 많은 사람들을 다 기억할 수는 없고,

그 분들에게 써준 말은 더더욱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분들은 정말 잊을 수 없도록 나의 기억의 심층부를 파고든다.

 

 

그동안 예비신자들이 써온 필사 노트를 정말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중간 중간 그림까지 정성껏 그린 경우는 처음이다.

 

이정순 교수님의 아들, 김명종 요한 형제의 솜씨다.

처음에는 원래 노트에 그려져있는 그림인줄 알고 그냥 넘길 뻔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중간에도 자신의 느낌을 삽화로 그려넣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어머니는 화가시고, 아버지도 그림에 조예가 깊다고 책에서 읽었지만,

그 유전자를 아들이 그대로 물려받았나보다.

 

나같으면 필사 도중에는 절대로 저런 시도는 못할 것이다.

혹시라도 망치면 그 장을 몽땅 다시 써야하므로... ㅋㅋ

 

 

마르코  16장을 다 마치고 나니 두손을 모은 그림이 또 나온다.

왜 하필 저 그림을 그렸는지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손을 모은 그림 아니라도 한글씨 한글씨가 모두 두손을 모으는 마음으로 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마르코는 숙제였지만,  내주지도 않은 로마서까지 썼다

한자 한자에서 정성이 배여나온다.

 

신학교에서 '바오로 서간' 을 배우는 수업 시간에

로마서 필사 숙제가 있는데, 이 분은 자발적으로 신학교 2학년 숙제를 한 것이다. ㅎㅎ

 

 

 

그것도 모자라 요한복음까지 또 필사하셨다. (요한복음은 신학교 3학년의 숙제다. ㅎㅎ)

아마도 교리 도중에 "쓰기성서"라는 노트가 있다는 말을 듣고 황급히 그 노트로 바꾼 것 같은데,

내 생각엔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고서적처럼 옆을 실로 꿰맨 먼저의 개성있는 노트에

계속 쓰는 것이 좋을것을 그랬다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분이 계속 전체 성경을 필사하여 주교님의 축복장까지 타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교구청에 전시되어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노트를 보고 있자니

온 정신과 마음과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계명이 절로 떠오른다.

그런 마음과 정신으로 필사를 했음이 분명해보인다.

한 자의 비뚤림이나 오자도 없다는 것이 그 증명이 아닌가?

  

 

 

 이 노트들은 이분 가족 모두가 낸 것들이다.

 

아시다시피 대학에 나가 강의하시고, 5월에 개인전을 준비하시면서

그 와중에 성실하게 필사를 해오신 어머니를 위시해서

국내외를 들락거리며 국제스키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는 딸도

한창 스키철인 겨울, 그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필사를 했다.

 

딸 부부가 직장에서 돌아와서 오순도순 마주앉아 필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미소가 절로 나온다.

 나도 이렇게 흐뭇하니 그 마음을 하느님이 어찌 그냥 지나치실까?

 

딸, 김나미 아녜스는 그동안 내내 소원했던 것이 필사를 하는 동안 이루어졌다.

세례 받기 5일 전에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첫아들을 낳은지 거의 십년 만에,

그것도 더이상 아기를 갖기 힘들지 모른다는 의사의 이야길 들었던 터였단다.

그러니 얼마나 큰 선물을 받게 되었는지, 그 기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튼 이분들은 화요일 교리반에 오시기 직전,

근처에 있는 어머니 집에 모여서 저녁을 같이 먹고 신앙에 관한 이야길 나누고

매주 그렇게 은혜로운 시간을 보내셨다 하니 그것만해도 은총이 아닐 수 없었겠다.

그런 행복한 얼굴로 매주 교리 시간에 임하셨으니 그 힘이 나에게까지 전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이렇게 하느님의 말씀은 오늘 사도행전의 말씀처럼 저절로 자라나고 널리 퍼져 나가는 것이다.

 

 

 

이교수님 가족들 뿐 아니라 화요반 저녁 직장인반에서 필사 노트가 이렇게 많이 나왔다.

결코 한가한 분들이 쓴 것이 아니어서 더욱 귀중하다.

글씨체가 다 다르고 쓴 방식도 다 다르지만,

모두가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 알고자 하는 마음만은 같다.

 

주님께서  이분들의 생에 큰 빛을 내려주시길 기도드린다.

성경의 말씀을 삶의 양식으로 삼아 앞으로의 생이 더 아름답게 빛나길 기도드린다.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  - 성 예로니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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