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봄 풍경"
어제는 온종일 까치 우짖더니
오늘은 선선한 동남풍일쎄
어제는 높은하늘 바람없는 무더위더니
오늘은 낮은 회빛 무거움일쎄
송화(松花)지고
벽오동 아카시아 꽃 피나 했더니
앞집 붉은장미 담장 허물고
옆집 고 감나무 돌담장 밟고 꿋꿋하더니
나 모르게 녹화(綠花) 등(燈)달고 흐느적 흐느적 춤을 춘다네
때 맞추어 모내기라 한참 바쁜데
먼강 건너서 보니
꽃진 배나무 파릇파릇 꼽 배 내미는데
옆 밭
황토 동향 밭에
고구마 싹 뭍는 할머니들은 늦게핀 연산홍빛 같구나
국도로 달리는 흔들리는 관강버스
치렁치렁 거드름이고
마당가 반 그늘
숨어피는 가엾은 순백화 선한 둥글레
환한 등(燈)달았다고 자랑이더니만
마른채 밤 보내기 틀렸나 보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
은사시나무 바람타는 소리
때 늦은 춘(春) 산천
임은 일 하시는데
나는 턱 괴고 풍년가을 만(滿) 계획만 설왕설래라
틈새없이 매몰차게 소 몰듯 하진 말아요
오늘밤 비 지나면
나라에서 제일 바쁜 촌노(村老)가 됩니다
/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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